[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오너가 3·4세 임원들을 속속 승진시키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너가 중심의 기업에서는 이를 통해 오너 3, 4세들이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준비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그룹은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이 화학2그룹장을 겸직하며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이끌게 됐다. 김건호 사장은 삼양사 입사 후 글로벌성장팀장과 휴비스(미래전략주관)사장 등을 거치며 그룹 내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10월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업 미래 비전 발표에 직접 나서 그룹 내 입지를 굳혔다. 이번 화학그룹의 분리를 통해 그는 국내 최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소재 전문기업 삼양엔씨켐과 퍼스널케어 소재 전문기업 케이씨아이(KCI), 지난해 인수합병한 글로벌 케미컬 기업 버든트(Verdant) 등 스페셜티 사업을 총괄하며 삼양그룹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예정이다.

GS리테일도 4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용퇴하고, 허서홍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이는 GS그룹 오너가 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허 부사장은 GS에너지와 GS리테일의 주요 부서를 거치며 경영 역량을 쌓아왔다. GS리테일은 허 부사장을 중심으로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GS25, GS더프레시, GS샵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내수 침체와 이커머스 시장의 강세 속에서 디지털 전환 및 신선식품 전략에 집중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농심 또한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25일 농심의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전무로, 장녀 신수정 음료마케팅팀 담당 책임이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신상열 전무는 올해 1월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수출 확대와 신규 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신수정 상무는 음료 브랜드 ‘웰치’의 매출 성장을 주도하며 농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농심은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젊은 리더들에게 힘을 실으며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HD현대 사장단 인사에서는 ‘범(凡)현대가’ 3세로 1982년생인 정기선 부회장이 부회장 승진 1년 만에 수석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향후 그룹 핵심 과제를 직접 챙기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 혁신, 새로운 기업문화 확산 등을 주도할 것이라고 HD현대는 설명했다.

이번 달 예정된 롯데그룹에서의 인사에서는 오너가 3세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1986년생 신유열 전무의 승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젊은 임원을 빠르게 발탁하는 데에는 경영 승계를 원활하게 하고,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재계 전문가는 “3·4세를 빠르게 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경영권 승계의 안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며 “이는 내부 잡음을 줄이고, 외부로부터의 비판 방어,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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