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축구국가대표 붙박이 센터백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또 하나의 새 이정표를 썼다. ‘별들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본선에서 한국인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것도 결승골.
김민재는 27일(한국시간) 독일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CL 리그 페이즈 5차전 파리 생제르맹(PSG)과 홈경기에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격, 전반 38분 세트피스 기회에서 헤더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며 뮌헨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코너킥 때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침착하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2021년 페네르바체(튀르키예)를 통해 유럽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듬해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적을 옮기며 ‘빅리거’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빅클럽’ 뮌헨 입성에 성공했다. 유럽 진출 이후 김민재는 정규리그에서만 5골(페네르바체 1골·나폴리 2골·뮌헨 2골)을 기록 중이었다. 올 시즌에도 리그에서만 1골을 넣었다. 마침내 UCL 데뷔 23경기(나폴리에서 9경기) 만에 첫 골을 기록했다.
이영표, 송종국, 설영우 등 역대 한국 수비수 중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은 이들은 존재하나 본선 득점을 해낸 건 김민재가 처음이다. 한국 선수 전체를 통틀어서는 다섯 번째다. 첫 골을 넣은 주인공은 박지성으로 지난 2005년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 시절 AC밀란(이탈리아) 4강 2차전에서 해냈다. 그는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맨유)로 적을 옮겨 본선에서 3골을 더 넣었다. 이후 손흥민(토트넘·19골) 황희찬(울버햄턴·3골) 이강인(PSG·1골)이 골 맛을 봤다. 김민재의 PSG전 결승골은 한국인 UCL 본선 통산 28번째 득점이다.
그는 결승골 뿐 아니라 본업인 수비 역시 완벽했다. 후반 5분 상대 측면 수비수 누누 멘데스의 오버래핑을 저지하는 등 걷어내기 7회, 헤더클리어 4회, 리커버리 3회 등을 기록했다.
김민재는 세리에A 시절 아시아인 최초 리그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새 역사를 지속했다.
특히 지난 시즌 뮌헨 입성 이후 과도기를 겪었는데 올 시즌 다시 ‘괴물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이혼 등 아픈 개인사를 정리하고 축구에 더욱더 전념하고 있다. 명수비수 출신 뱅상 콩파니 신임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뮌헨의 대체 불가 센터백으로 다시 거듭났다. 콩파니 감독은 공격 지향적인 그의 수비 색채를 팀에 완벽하게 녹였다. 뮌헨은 공식전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달리는 데 김민재가 중심 구실을 한다.
그는 지난 7일 벤피카(포르투갈)와 UCL 리그 페이즈 4차전엔 113회 패스 모두 성공, 2003~2004시즌 103회 이후 21년 만에 UCL 단일 경기에서 가장 많은 패스 시도로 성공률 100%를 해낸 선수로도 기록됐다. PSG전 결승골까지, 그의 괴물 본능이 유럽 전역으로 다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날 PSG의 이강인은 후반 교체로 들어와 25분여 활약, 김민재와 코리언 더비를 치렀다. 한국 선수끼리 UCL에서 맞대결한 건 2011~2012시즌 맨유의 박지성과 FC바젤(스위스)의 박주호 이후 13년 만이다. 웃은 건 김민재다. 뮌헨은 이날 승리로 3승2패(승점 9)가 됐고, PSG는 1승1무3패(승점 4)가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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