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속 ‘감동’ 두 배…울고 웃으면서 위로받는 작품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상의 벽에 부딪혀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 이 길이 진정 나 자신을 위한 방향인가 고민하고, 참고 견뎌내는 것만이 옳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른 선택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이것이 ‘후회’가 아닌 ‘추억’이었음을 회상한다. 웃으면서 ‘그땐 그랬지’라며 그 순간을 되돌아볼 때가 되면 우린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됐다고 한다.
뮤지컬 ‘틱틱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가족, 연인, 친구, 직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좌절과 실망, 배신과 두려움을 겪지만, 결국 꿈과 희망이 지켜낸 환희로 기쁨을 만끽한다.
‘틱틱붐’은 서른 살 생일을 일주일 앞둔 한 젊은 예술가의 독백 중심으로 흐른다. 브로드웨이 작가의 꿈을 키우며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밤에는 창작에 매진한 주인공 ‘존’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예상치 못 한 상황에서 ‘기회’를 얻고, 때론 ‘운’도 따라와 남들보다 성공궤도에 선착한 이들이 있다. 하지만 화이트의 ‘네모의 꿈’ 가사처럼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게 흐른다고 느낄 때도 있다. 또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동안 또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남다른 시각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들이 보기엔 좋아 보여도, 각자 나름대로 고민이 릴레이 되고 있다는 것.
‘틱틱붐’은 ‘존’의 음성으로 전개한다. 하루하루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시곗바늘을 돌린다.
대표 넘버 중 하나인 ‘Sunday’는 아르바이트생의 하소연을 대변한다. 미디엄 템포의 멜로디와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안무는 웃음을 자아낸다. 다소 과격한 가사는 통쾌함을 공유한다. ‘존’의 노래를 들으면, 진상·호구손님이 되지 않기 위해 주말에는 외출하지 말고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존’과 ‘수잔’의 듀엣 넘버 ‘Therapy’는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는 지극히 사소하면서도 유치한 연인들의 말다툼 ‘끝판왕’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미안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 넌 왜 미안한지 모른다’는 등 밤새 싸워도 다음 날 만나 다시 이야기하자는, 돌고 돌아도 답 없는 현실 싸움에 웃음이 터진다.
넘버 ‘Come to Your Senses’와 ‘Louder than words’는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응원한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지쳐 쓰러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찬란한 내일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 ‘존’ 배두훈·장지후·이해준의 스토리를 담은 넘버는?
서른 번째 생일을 이미 보낸 ‘존’ 역의 세 배우도 이 과정들을 직접 경험했다. 배두훈은 당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깨달았다. 장지후는 도망치듯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다시 돌아와,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진했다. 이해준은 배우로서의 삶을 포기할 뻔했지만, 잠시 유턴했던 시점이 있었을 뿐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뤘다.
세 명의 ‘존’은 무대 위에서 온전히 ‘존’의 영혼을 담아 연기한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 같아, 배우들도 관객들과 같이 ‘존’의 이야기를 공감하기 때문이다.
배두훈은 ‘존’의 인생을 한 곡에 모은 넘버 ‘30/90’를 자신의 이야기와 가장 비슷하다고 전했다. 장지후와 이해준은 넘버 ‘Why’를 꼽았다.
장지후는 “나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우린 끊임없이 ‘왜’냐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29살의 장지후는 수많은 질문들을 통해 서른 살을 넘겨 지금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수많은 질문들을 통해 성장하고 또 어딘가에 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틱틱붐’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불꽃처럼 살다가 간 뮤지컬 ‘렌트’의 원작자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유망주로 꼽혔던 그였지만, 새로움을 추구하고 변화를 시도한 그에게 브로드웨이는 쉽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틱틱붐’은 워크숍을 통해 1인극 모놀로그로 선보였다. 하지만 ‘렌트’ 공연을 하루 앞두고 하늘의 별이 됐다.
그가 감당했을 질풍노도 인생에 대해 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노력 끝에 얻은 성공의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뮤지컬의 역사가 됐고, 그의 이름을 뮤지컬계가 기억한다. 어쩌면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존’과 같은 위대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틱틱붐’이 알려준다.
14년 만에 한국창작진에 의해 재탄생한 ‘틱틱붐’은 내년 2월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감의 무대를 펼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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