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뉴진스가 소송 없이 ‘자유의 몸’을 선언하는, 가요계에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뉴진스의 미래뿐만 아니라 가요계 생태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소속사와 아티스트간의 전속계약 분쟁이 일어날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시비를 가리고 전속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하는게 관행처럼 여겨졌다. 과거 동방신기 멤버였던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부터 최근 이달의 소녀, 피프티 피프티의 사례처럼 소속사와 다툼이 있을 때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부터 내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그렇다면 뉴진스가 가처분 신청 대신 계약해지 통보를 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뉴진스가 ‘소송 없는 계약 해지’ 선언이라는 묘책을 통해 어도어를 떠나서도 당분간 독자 활동을 이어가려는 포석을 깐 것으로 보고 있다.
뉴진스가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기각될 경우 어도어가 전속계약을 풀어줄 때까지 발이 묶이게 된다. 뉴진스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예정된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비추어 봤을 때, 뉴진스가 먼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법원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활동이 제한될 것으로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어도어가 소송을 내면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어도어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송 결론이 날 때까지 멤버들의 활동에 제약을 걸기 어렵다.
그야말로 ‘허를 찌른’ 뉴진스의 전략에 업계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현 소속사에 ‘의무 불이행’과 ‘신뢰 관계 파탄’ 등을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주장한 뉴진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를 악용해 소속사를 떠나 독자 활동을 꾀하는 악용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속계약은 연예인과 소속사의 양자 이익을 보다 실질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고용계약의 일환이다. 법의 토대 아래 맺어진 상호 계약에서 법의 심판이 아닌 ‘선언적’인 한쪽의 계약해지로 인해 계약이 무력화된다면 앞으로 K팝신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뉴진스의 방식이 통한다면 이제 어떤 가수가 불만이 있는 회사에 남아 있을까 싶다. 데뷔 전 육성부터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기획사와 장기간 계약을 해야하는 가수 간에 갈등은 불가피한데 이제 갈등이 생기면 계약 해지 선언부터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기획사 대표는 “아티스트가 직접 경영권 분쟁에 나서는 데 이어 위약금도 내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뉴진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아티스트의 요구에 따라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며 “이미 대형 기획사 위주로 K팝신이 꾸려진 상황에서 이러한 선례가 남는다면 산업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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