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세기 지나 역사에 기록된 19명의 젊은 독립운동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이름 없이 스러진 독립운동가 얘기다. 비밀작전을 수행해야 하므로 이름도 소속도 없이 그저 알파벳으로만 불린 영웅이다.
미국 OSS(전략사무국·현 CIA)가 태평양 전쟁 종식과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비밀리에 준비한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한 ‘암호명 A’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유한양행 창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다. 사후 20년이나 지난 뒤 고인이 독립운동을 위해 선발된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창작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유일한 박사(극 중 이름 ‘유일형’)가 ‘암호명 A’가 되는 과정과 그 발자취를 노래한다.
◇ ‘애국심’으로 뭉친 희생…암흑기에도 존재했던 사랑과 우정
조선인 사업가 ‘유일형’은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 중이다. 상하이에서 주최한 비즈니스 파티장에 숨은 독립운동가 ‘베로니카’가 자신을 친일파로 오해하고 뛰쳐나가다 일본군에게 사살되는 비극을 목격한다. “안전한 곳에서 돈 몇푼으로 죄책감을 벗어나려고 한다”는 베로니카의 비난이 가슴에 남은 ‘유일형’은 OSS 스파이가 돼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암호명 A’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작품은 고인뿐만 아니라 기억해야 할 영웅들을 소개한다. 총과 칼, 억압과 핍박에 한 명이 이슬로 사라지면,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한다. 이 영웅들은 애국심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조선의 주인은 우리”라고 외친다.
항일운동이 배경인 탓에 자칫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희생’이라는 숭고함에 깃든 ‘희망’을 전한다. 현실 참담하지만, 사랑과 우정, 행복과 기쁨이 동행한다. 이 때문에 즐겁고 유쾌한 순간들을 찬란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희재 프로듀서는 “일제강점기 배경 작품은 국내에서 여러 극단이 수 차례 만들었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당대 요구에 따라 강점기 해석 방법이 다른 것 같다”며 “‘스윙데이즈_암호명 A’를 준비하면서 유일한 박사의 얘기는 쿨하고 멋진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항은 주류가 아닌 소수가 싸워 쟁취한 것이므로, 역설적으로 위트와 재치가 있어야 독립운동에 대한 감동과 여운이 배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유일형’ 역으로 열연 중인 유준상은 “관객들이 진심으로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커튼콜 순간까지 관객들의 눈빛 하나하나에 좋은 기운이 담겨있다”며 “작품에 대해 감히 말하자면,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국내 창작 뮤지컬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내년 2월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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