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편히 눈 감지 못할 미녀…죽음 뒤에 감춰진 끝없는 비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작품은 인간이다.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추한 생명체 또한 인간이라고 한다. 시대 불문 정치 싸움과 욕정으로 가득 찬 이중성은 ‘마타하리’의 얘기를 통해 그 민낯이 드러난다.
올해 4번째 시즌으로 새롭게 돌아온 뮤지컬 ‘마타하리’는 더욱 화려해진 볼거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시에 깊은 생각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마타하리’는 1차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총살당한 한 아름다운 무희(舞姬)의 실화다. 어느 혼란기에나 아름답지만 힘없는 희생양이 등장했듯, 그녀는 당시 프랑스와 독일의 제물이 됐다.
그가 죽은 지 37년. 파리 해부학 박물관에서 희대의 스파이 ‘마타하리’의 머리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할 운명인 ‘마타하리’의 과거로 돌아간다.
◇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외로움…절망까지 감싸 안은 희생과 사랑
‘마타하리’는 이국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춤으로 전쟁의 아픔마저도 잊게 했다. 일곱 겹의 베일을 하나씩 벗어가며 알몸을 드러내는 도발적인 스트립 댄스로 유럽의 유력 인사들을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였다.
유혹의 대가로 특수한 부유층의 삶을 누렸다. 특히 전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무희로서 여러 국가 출입이 자유로웠다. 그의 신분이 거짓이라는 건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재물과 권력을 가진 남자들을 유혹해 얻은 사치스러운 삶은 그녀만이 누릴 수 있는 지위였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도착한 파리에서 ‘아르망’도 만났다. ‘마타하리’의 방탕한 생활은 그의 진정한 사랑과 위로로 조금씩 치유 받았다.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타하리’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이용한 프랑스 정부로 인해 독일 스파이 작전에 투입됐다. 그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협박이었다. 어찌 됐든 그의 임무는 결국 독일 정부로부터 발각됐다. 그는 사건을 덮기 위한 희생양으로서 프랑스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이중 스파이였는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마타하리’는 ‘아르망’의 억지 누명까지 뒤집어쓴다. 살면서 처음 느낀 인간미 때문에 재심 요청 없는 무모한 사랑의 결말을 보여준다. 또 많은 남자가 자신과 쾌락을 즐겼지만, 정작 그가 힘들 때 도움의 손길조차 주지 않는 절망적인 인생을 스스로 끊으려고 한 것으로도 추측된다.
‘마타하리’는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이다. 짙은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그의 삶은 화려함에 가려진 상처투성이인 여인만 있을 뿐이다.
시신까지 탐하게 한 ‘마타하리’. 그의 강렬한 유혹은 죽어서도 잠 못 들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마타하리’는 내년 3월2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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