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한강(54)은 10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소감에서 어린 시절 비를 피하면서 타인에게 공감하게 된 경험도 알렸다. 그는 “여덟 살 때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한다”며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 이는 경이로운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이 공감을 글 쓰는 일에 새기게 되었다며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을 돌아보면 저는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연회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문학가 반열에 우뚝 섰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됐다. 문학상 수상자를 호명한 엘렌 맛손은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고 불렀고 장내 참석자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한강의 작품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고, 여성으로는 18번째다. 한국인으로서는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노벨상 시상식의 드레스 격식은 엄격하다. 남성은 연미복, 여성은 이브닝드레스 또는 자국의 전통의상만 허용한다. 평소 꾸밈없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 온 한강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시상식은 한편의 클래식 공연처럼 꾸며졌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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