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꼭 동계 훈련을 해야 팀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이 교훈을 깨닫지 못하면 전북 현대는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올시즌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전북은 갈림길에 서 있다. 승강플레이오프를 통해 간신히 잔류를 확정하긴 했지만 김두현 감독을 재신임하기엔 리스크가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이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고, 올해 큰 경험을 쌓았다고 해도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 맹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시즌 도중 부임해 동계 훈련을 함께하지 못했으니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는다고 주장한다. 처음부터 함께 새 시즌을 준비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다. 현재 전북 구단이 원하는 시나리오다.
이상적인, 과도하게 현실을 망각한 바람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북은 이미 전임 사령탑인 단 페트레스쿠 감독 사례를 통해 첫 시즌에 못한 지도자가 두 번째 시즌을 온전하게 준비한다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페트레스쿠 전 감독은 지난해 6월 부임해 팀을 이끌었다. 이후 그는 팀을 안정화했지만 시즌을 4위로 마감하는 데 그쳤다. 축구 내용, 경기력 면에서는 크게 만족할 만한 요소가 없었다. 전술적으로 두드러지는 점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페트레스쿠 감독은 올해 4월 팀을 떠났다. 동계 훈련을 함께하면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김 감독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5월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 도중 부임했기 때문에 온전하게 자기 뜻대로 팀을 만들지 못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6월을 시작으로 9~11월에는 A매치 휴식기가 존재했다. 색깔을 입히고 축구의 완성도를 높일 만한 기회가 있었다. 게다가 전북 구단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했다. 김 감독 손에 많은 패를 쥐여주며 반등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기대와 달리 여름 이적시장 이후에도 전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소극적인 운영으로 반전하지 못했다. 후반기에도 강등권을 전전한 끝에 승강플레이오프로 향하는 굴욕을 겪었다.
2025년에도 K리그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평준화는 심화하고 과거처럼 현역 국가대표로 스쿼드를 꾸릴 수 없다. 리그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없다.
물론 김 감독이 180도 달라져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확률 낮은 바람일 뿐이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은 교체에 무게가 쏠린다. 지금의 선택이 2025년, 나아가 더 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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