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여의도 집회와 차원 다른 엄숙한 분위기…거리도 ‘깔끔’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재표결이 열린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역대급 인파가 몰렸다. 그런데 안전사고도 경찰과의 충돌도 없었다. 평소 국회 앞에서 열렸던 어느 집회보다 질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회 앞 도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났고, 국회를 중심으로 여의도환승센터 일대 도로까지 전면 통제됐다. 오후 2시 45분부터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은 집회 관련 인파 밀집으로 인해 상·하행선 모두 무정차 통과했다.
오후 1시 5분쯤 국민의례로 본격적인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며 1분간 묵념했다. 이후 간격을 두고 짧게 시민 성명서 발표와 투쟁가 등이 이어졌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음에도 아무 데나 버려진 쓰레기는 없었다.
국회 인근 거주자들은 SNS를 통해 집을 개방했다. KBS 앞에 사는 A씨는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을 위해 집을 오픈한다. 따뜻한 차와 간식, 화장실을 제공한다”며 아파트명을 게재했다. B씨는 “집회 중 따뜻하게 쉬고 싶거나 화장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했다.
일대 식당·카페·편의점들은 시민들이 잠시나마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모두 문을 열었다. 매장 내 화장실 사용은 물론 핫팩이나 김밥, 음료 등을 무료 제공했다.
14일 오후 5시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여의도 일대가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손에 쥐고 있던 주황색 풍선을 하늘 위로 띄워 보내며 “국민의 승리”라며 함성을 터뜨렸다.
공식 집회가 끝난 후 대부분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나섰다. 하지만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비롯해 샛강역까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해, 경찰들이 도보로 40여 분 소요되는 대방역을 안내했다. 시민들은 줄에 맞춰 길을 걸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잡은 손도 놓았다. 가끔 “이제 광화문으로 가자”라는 외침이 들렸지만, 어디서도 싸움소리는 없었다. 밤 11시 한 잔씩 걸친 시민들은 “기분 좋은 날 지나쳐서는 안 된다”라며 집으로 향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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