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촛불은 2024년 응원봉으로 진화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는데, 한국은 촛불에 이어 응원봉의 빛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자라난다.
2016년 광화문에서 물결친 ‘무혈’ 촛불 혁명에 이어 2024년 여의도에선 ‘빛의 혁명’으로 K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계엄 발동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놀랍도록 창조적인 방법으로 승화했다. 그 중심에 10대를 포함해 MZ세대가 있다. 이들에 대해 “정치에 관심없는 세대”라고 한 평가는 섣부른 오판이었다.
이들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경험하며 이번 역사의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희망의 빛을 들어올렸고 자신들의 행동으로 세상이 바뀌는 걸 경험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오랜 기간 민주주의의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다.
또한 여의도는 통합의 장이었다. 어린 친구들은 민중가요를 따라 불렀고 나이든 이들은 K팝에 맞춰 응원봉을 들었다.
입장료 없는 콘서트장에서 세대간 통합이 이뤄지며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형형색색 빛난 무지개 물결은 색으로 구분하던 아이돌 팬덤까지도 하나로 만들었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80년대, 시위대는 보도블록을 깨고 화염병을 들었다. 그러나 40년이 훌쩍 지나, MZ세대와 그에 물든 기성세대는 쇠파이프가 아닌 응원봉을 들었다.
비장한 노래 대신 K팝과 그 가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며 모두가 즐기는 문화를 창조했다. 창의적이지만 목표는 뚜렷하고, 가볍지만 방향은 확실한 시위 현장이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사회에서의 시위 현장은 폭력과 불길이 난무한다. 차량에 불을 지르고 뒤집는 건 다반사고 주변 상점의 창문은 깨지고 약탈이 벌어진다.
그런데 여의도 시위 현장은 외신 기자들도 충격을 받을 만큼 신선했다. 노래와 빛은 시위 현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고,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선결제한 커피와 김밥, 어묵으로 강력한 연대를 표현했다.
헌법수호자가 헌법을 망각하며 충격적인 미친 짓으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경제를 망쳤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여의도에 모여 대한민국의 강력한 민주주의 회복력을 증명했다.
평화적인 시위 과정은 민주주의 발전사와 각국 교과서에 실릴 만큼 전세계로부터 조명받았다.
국민들은 비상계엄이 발동했을 때도 여의도로 달려와 몸으로 장갑차를 막았고, 국회 앞에서는 경찰과 계엄군을 막으며 국회의 계엄해제 시간을 벌어주었다.
45년 전 악몽이 재현되며 민주주의가 망가질 뻔했는데, 사람들이 달려와 천우신조로 계엄을 막아냈다.
14일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탄핵안 가결에 찬성을 던진 것도 깨어있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계엄 해제 이후에도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운 겨울날 아스팔트 위에서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어떤 쇠파이프 보다 강한 응원봉이 탄핵안 가결의 주역이다.
이를 목격한 BBC는 “노래와 빛으로 시위하는 한국인은 민주주의의 교향곡을 보여줬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명언처럼 이제 막 첫 단계를 넘었을 뿐이다. 탄핵안 가결로 유폐된 권력자는 ‘석고대죄’가 아닌 끝까지 싸우겠다는 취지의 언동을 일삼았다.
진정한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단 한 번의 승리로 완결되지 않는다. 빛의 혁명을 끌어낸 응원봉의 스위치를 아직 끌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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