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결국 대한축구협회(KFA)의 안일함이 ‘화’를 키웠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 국면은 안갯속이다.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허정무 후보가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다. 재판부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고, 선거인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물론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선운위)가 재판부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은 대한체육회에서 정한 규정을 토대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선운위 구성원에 대해서는 KFA가 철저히 함구해 의문이 증폭했다. 선운위는 변호사 4명, 교수 3명, 언론단체 소속 1명 등 8명으로 이뤄졌다고만 알려졌다. 이 외의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후보 외에 다른 관계자들이 협회에 문의해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의구심만 커졌다.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오해 소지를 일으킬 여지가 충분했다.
선거 관리규정에 따르면 선운위는 7인 이상 11인 이하로 구성하게 돼 있다. 또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임직원이 위원이 될 수 없고 체육회 회원단체의 임직원이 아닌 외부 위원이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KFA 이사회를 통해 승인됐다고는 하나, 이를 충족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선운위는 논란이 커지자 9일 허 후보와 신문선 후보 캠프에 명단을 공개했다. 8명 중 3명이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였는데, 양 측 캠프는 정몽규의 호위무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인정보동의서 미제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타 종목의 경우 체육회 종목육성부 통해 선수, 지도자의 개인정보동의서는 선거 국면에서 따로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만 따로 받는다. KFA는 다르다. 더욱이 KFA는 선수, 지도자가 15만 명이 넘는 단체다. 촉박한 시간에 개인정보동의서를 받으려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따른다.
3명이 치르는 결선 투표에 관해서도 KFA는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판부가 선거인단이 194명에서 개인정보동의서 미제출로 173명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서 문제 삼고 “선거인을 보충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선거인 명부를 작성, 확정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3명의 후보가 출마한 만큼 결선투표에 올라갈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몽규 후보도 선거 금지 가처분이 인용된 후 성명을 내고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제기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여 조속히 선거가 실시되기를 선거운영위에 요청한다. 나 또한 향후 결정하는 방법과 일정에 따라 규정을 준수하며 선거에 변함없이 매진하겠다”고 했다.
더욱이 KFA는 지난해 숱한 ‘논란’으로 질타받았다.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물론 관계자들은 직접 국회 국정감사장에도 섰다. 그런 만큼 축구계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선거 과정이 됐다.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조금 더 꼼꼼하고 치밀하게 선거 준비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공정성 논란이 판결에도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나”라고 말했다.
한편, KFA 선운위는 9일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미뤄진 회장 선거를 23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거인 명부 작성을 위한 선거인단 재추첨은 12일에 시행한다. 그러나 야권 후보들은 선거 운영에 공정성이 여전히 확보되지 않았다면서 KFA가 제시한 선거 일정에 따를 수 없다며 맞섰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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