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달이 너무 찼던 것일까. 불과 25세의 나이에 기울고 말았다. 충무로를 대표한 아역 스타 김새론이 지난 16일 유서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2001년 잡지 모델로 데뷔해 영화 ‘아저씨’(2010)로 눈도장을 찍은 故 김새론은 2022년까지 꽃길을 걸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워낙 재능이 좋았던 덕에 수많은 연출가와 제작자가 김새론과 작업하려 했다.
2009년 영화 ‘여행자’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창동 감독의 한국 프랑스 합작 영화인 이 작품에서 1000:1 경쟁률을 뚫었다.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보육원에 맡겨진 진희 역을 훌륭히 표현해, 충무로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여행자‘가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면서 칸 레드카펫을 밟은 우리나라 최연소 배우로 기록됐다.

‘아저씨’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범죄조직에 납치돼 평소 아버지처럼 따르던 태식(원빈 분)의 구출을 기다리는 소미 역이었다. 불안한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2011) ‘엄마가 뭐길래’(2012) ‘여왕의 교실’(2013)에 출연했고, 2014년에는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에 출연했다. 이 외에도 드라마 ‘마녀보감’(2016) ‘우수마당 가두심’(2021) 영화 ‘동네사람들’(2018)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도희야’에선 위기의 청소년을 그린 김새론은 또 칸 영화제에 초청, 14세의 나이에 칸 영화제를 두 번이나 밟은 영광을 얻었다.
상복도 많았다. ‘여행자’로는 제19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아저씨’로는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도희야’로는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역대 최연소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예능에서도 김새론의 일상을 주목했다. 소탈하게 친구들과 인생을 즐기며 웃음 짓는 여느 20대와 다를 바 없었다. JTBC ‘독립만세’에선 ‘찐친’ 이수현과 함께 즐기는 모습이 그려졌고, ‘아는형님’에도 나와 자신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면서 급격히 기울어졌다. 넷플릭스 ‘사냥개들’에선 대다수 분량이 편집됐고, 앞서 캐스팅 된 SBS 드라마 ‘트롤리’에서도 하차했다. KBS에서는 방송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연극 ‘동치미’로 복귀를 타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기타맨’으로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렸지만, 끝내 다시 빛을 내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했다. 아직 개봉 전인 ‘기타맨’은 김새론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여러 구설수가 있었지만, 지난해 12월까진 밝은 성격을 유지했다고 한다. 종종 김새론과 연락했던 한 지인은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김새론과 종종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다. 지난해 12월에 만난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밝은 면이 많았다”고 고인의 근황을 전했다.
이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면이 있었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돈 때문에 크게 괴로워하진 않았다”며 “위약금 문제도 남아있긴 하지만, 크게 괘념치 않았다”라며 “당시 만났을 때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이렇게 떠날 줄 몰랐다”며 “비보를 듣고 손이 벌벌 떨렸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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