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청주시는 언제까지 떼만 쓸 것인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주구장은 지은 지 46년 됐다. 노후 구장이다. 선수 안전과 팬 편의를 충족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 그런데도 청주시는 한화 경기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19일 취재진을 통해 “최근 10년 동안 청주시가 120억 원을 들여 시설을 개선했다. 프로야구 경기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청주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화 경기를 유치하려면, 경기장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청주구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크고, 팬들이 이용하는 시설도 낙후됐다.
청주시는 수년간 구장 보수를 진행했다. 2013년 인조잔디 교체, 2015년 펜스 확장, 2016년 더그아웃 공사, 2018년 조명 교체. 지난해에도 인조잔디를 다시 교체했다. 그러나 ‘낙후된 시설’ 딱지를 떼기 어려운 실상이다.

올시즌 시범경기에서 청주구장을 찾은 A선수는 “시범경기에서 뛰어보니 지난시즌과 달라진 게 없다. 라커룸과 내부 시설도 여전히 불편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팬들이 이용하는 매점과 편의시설도 불편하다. 팬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한화 관계자도 현실을 인정했다. “대전 신축구장과 비교해 팬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구단은 청주시와 정규시즌 경기 개최를 두고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서울은 청주시 관계자에게 ‘낙후된 상태에서도 왜 프로경기를 치러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시설관리팀, 대회 유치팀, 교육과 모두 “우리가 답변하기 어렵다. 다른 팀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청주시는 스스로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내부에서도 왜 경기가 열려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화는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최신 시설을 갖춘 2만석 규모의 경기장이다. 청주구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구단 입장에서 청주 경기를 개최할 이유가 줄어든다. 선수들은 최상의 환경에서 경기하고 싶다. 팬들도 더 나은 시설에서 경기를 관람하길 원한다.
청주시가 정말 청주 팬들을 위한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청주에서 경기를 여는 것 외에도 청주 팬들을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한화와 협의해 청주 팬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주-대전 간 이동을 돕는 셔틀버스를 운영해 팬들이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티켓 소지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면 된다.
청주 팬들에게 대전 경기 예매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청주 팬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생각할 법하다. ‘팬데이’를 만들어 선수들과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 초청 행사를 열어 청주 팬들이 한화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청주구장 환경을 무시한 채 경기 유치를 강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즐겨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배신’ 운운할 때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할 때다. 무조건 경기를 개최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지금처럼 매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 청주구장은 영원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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