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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39분36초 동안 무득점. 실책도 5개나 저질렀다. 2점슛 4개와 3점슛 1개가 모두 림을 벗어났다. 종료 직전 얻어낸 자유투 2개도 모두 실패한 뒤 상대에게 3점포를 얻어맞아 동점까지 허용한 상황.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것은 결국 서울 SK 김선형이었다.
김선형은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창원 LG와의 원정경기 종료 직전 LG 트로이 길렌워터가 3점슛으로 75-75 동점을 만든 뒤 재빨리 공격을 전개했다. LG 수비가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생긴 틈을 놓치지 않고 3점 라인 근처에서 한박자 빨리 슛을 날렸다. 볼은 한 차례 림에 튕긴 뒤 그물 속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남은 시간은 24초. 다급해진 LG의 마지막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고 김선형이 다시 장기인 속공으로 응수했다. 마지막 순간 결정적인 5득점을 올린 김선형의 활약에 힘입어 SK는 하위권 탈출을 위한 디딤돌을 놓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SK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이 요즘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팀을 살리는 공격을 만들어내려다본인 본인의 플레이에 소극적이었다. 속공을 하면서 턴오버가 나오니 그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조금 더 과감하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찬스가 나면 스타일대로 마음껏 속공을 하라고 했다. 포인트가드는 ‘코트의 감독’이다. 포인트가드가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면 나머지 선수들도 그렇게 된다. 오늘 경기가 김선형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초반 슛 난조에도 불구하고 주눅들지 않고 마지막까지 자신있게 플레이하면서 역전승을 거둔 것이 팀은 물론 김선형 개인에게도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 감독은 “하위권 팀들은 1쿼터에 무너지만 다시 살아나기 힘든데 2, 3쿼터에 박빙의 승부를 만들어냈다. 최근 박빙의 승부에서 턴오버 때문에 패하곤 했는데 오늘도 그렇게 될 뻔했다. 그렇지만 수비와 리바운드로 승리를 만들었다. 길렌워터의 3점슛이 들어갔을 때는 운이 따르지 않는구나 싶었는데 그 다음에 김선형의 플레이는 칭찬할 만하다. 앞서 자유투 2개를 넣지 못했지만 어려운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김선형이 전반적으로 팀 운영을 잘해줬다. 4쿼터에 30점을 몰아넣을 수 있었던 것도 김선형과 이정석이 앞선에서부터 팀 디펜스를 펼쳤고 길렌워터에 대한 협력수비도 잘해준 덕분”이라고 김선형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SK는 김선형을 앞세운 속공이 최고의 공격옵션이다. 그러나 김선형은 시즌 개막 이후 20경기에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 코트에 나서지 못했고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김선형이 복귀한 뒤로도 SK는 4승 9패로 부진을 거듭했다. 오히려 복귀전의 성적(7승13패)보다 뒷걸음질을 쳤다. 김선형과 팀 동료들의 손발이 아직 완벽하게 맞지 않은 탓이다. 김선형도 마음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점점 위축되고 있었는데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에 스스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희망의 신호들도 감지된다. SK의 속공수는 김선형이 복귀하기 전 경기당 3.3개에서 복귀 이후 5.5개로 크게 늘어났다. SK의 팀컬러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선형은 물론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정석이 살아났고 최근에는 김민수까지 가세해 골밑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다. 김민수는 복귀 이후 2경기에 모두 30분 이상을 뛰었다. 비로소 SK가 완전체 전력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SK는 크리스마스인 25일부터 1월 초까지 오리온과 모비스 등 1, 2위 팀과 두 차례씩 맞붙는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6위인 원주동부에는 7.5게임차로 뒤져있지만 7위인 부산 케이티와의 승차는 1.5게임차에 불과하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단숨에 중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김선형이 LG전에서 마지막 주인공이 됐던 것처럼 정규리그의 마지막 레이스에서도 활짝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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