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시청자도 팬질하게 만드는 남자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유아인은 시청자도 팬질하고 싶게 만든다.

문단의 아이돌. 뛰어난 작가적 역량은 물론, 배우 뺨치는 외모까지 갖춘 남자주인공. 팬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는 스타작가. 여자주인공은 연예인도 아닌, 작가인 남자주인공을 팬질한다. 그리고 배우 유아인은 이 같은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며, TV 앞 시청자들까지 팬질하게 만든다.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의 이야기이다.

지난 29일 ‘시카고 타자기’ 7, 8회가 연속 방송됐다. 1930년, 2017년을 오가며 펼쳐진 120분동안 유아인은 셀 수 없이 많은 모습과 매력들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가 그린 1930년대의 문인, 독립운동가, 2017년 슬럼프에 빠진 작가, 마음 속 아픔을 숨긴 남자, 연애는 못해봤지만 하는 말마다 심쿵하게 만드는 남자는 모두 특별했고, 매혹적이었다. 극중 여자주인공 전설(임수정 분)처럼, 시청자도 팬질하고 싶어질 만큼.

유아인이 그린 1930년대 문인 서휘영(유아인 분)은 어딘지 모를 나른함과, 무언가를 숨기기 위함인 듯 보이는 여유, 예술가적 기질 등이 돋보였다. “글 나부랭이 쓰겠다고 경성제대 의학부를 자퇴했다”는 친구의 설명처럼, 서휘영은 1930년이라는 암울하고도 낭만적인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캐릭터다. 강한 억압에도 예술적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 유아인은 짐짓 여유로운 미소와 장난기 가득한 말투, 그럼에도 감춰지지 않는 눈빛으로 서휘영을 완성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서휘영의 다른 면모도 드러났다. 독립운동가였던 것. 검은 복면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채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던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소설을 쓸 때 짐짓 여유롭고 나른했던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소녀를 걱정하고, 그녀에게 말 한마디로 커다란 위로와 힘을 안겨준 서휘영. 그에게 예술가의 유약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아인은 서휘영이라는 같은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소설가일 때와 독립운동가일 때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는 극중 암울한 시대, 이중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서휘영의 서사를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시청자가 팬이 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것은 물론, 극의 몰입도까지 치솟게 했다.

유아인이 그린 2017년 한세주 역시 마찬가지. 그간 까칠함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스타작가 와는 다른 느낌을 보여준 것. 집필을 중단한 한세주는 어딘지 계속 마음이 쓰였다. 안쓰러웠고, 마음이 아팠다. 한편으로는 순수함이 엿보였고 귀여웠다. 결정적으로 그의 마음 속 아픔이 드러난 순간, 한세주는 애처로웠다. 그리고 어느덧 시청자는 심장이 덜컹거릴 만큼, 한세주에 설렜다.

한세주가 슬럼프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유령인 유진오(고경표 분)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장면은 유쾌했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귀여웠고, 비록 사람과 유령이지만 브로맨스 기운이 느껴지며 시청자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유진오와 있을 때 한 마디에도 자꾸만 발끈하는 한세주. 유아인은 능청스러운 척하면서도 허술한 한세주 캐릭터를 통통 튀게 그려내 미소를 유발했다.

그러나 가장 돋보였던 것은 로맨스 중심에 섰을 때의 유아인이다. 극중 유진오의 추측처럼 연애에는 서툴러서 줄곧 전설에게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만 했던 한세주다. 그런 그가 전설에게 “지금은 전설 씨 봐. 셋이 아닌 둘뿐이야”라고 한 것이다. 솔직한 눈빛, 떨리는 목소리, 진심 어린 표정까지. 유아인은 전설을 향한 한세주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자신만의 표현력으로 담아냈다.

120분을 쭉 봐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시카고 타자기’ 속 서휘영과 한세주에 있다. 그 매력이 200% 이상 발휘되고 시청자에게 깊이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은 배우 유아인이라 가능했다. 반환점을 돈 ‘시카고 타자기’ 중심에 유아인이 있어 다행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시카고 타자기’의 이야기, 그 안에서 유아인에 의해 완성될 1930년 서휘영과 2017년 한세주가 모습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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