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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가 불편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구단이 느낄 방향설정에 대한 압박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27일 문학 SK전에서 실책 4개로 자멸했다. 포수 정범모와 1루수 김주현 등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선수들이 실점과 직결되는 실책을 범했다. 1군에서 백업으로라도 기회를 얻으려면 수비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구단이 강조한 ‘육성’기조의 결과가 실책열전으로 얼룩져서는 곤란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장기 포석을 깔아야 할 시점이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이용규와 정근우 김태균 등 이른바 ‘빅3’가 부상으로 한 차례 이상 전열에서 이탈했고 최진행과 이성열, 김경언 등 고정 멤버도 부상과 사투를 펼쳤다. 심지어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물론 야심차게 영입한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까지 재활군 신세를 졌다. 관건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이들의 공백을 채워줄 선수가 얼마나 많이 등장하냐다. 일시적 부진은 어쩔 수 없지만 최소 50경기 가량 믿고 맡길 수준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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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들어 대약진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나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되찾은 두산의 동력은 수비 안정성에서 찾을 수 있다. 투수를 중심으로 한 수비가 뒷받침돼야 타선이 반격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관점이라면 내야수 정경훈, 외야수 이동훈 등이 다음세대 한화를 이끌 주역으로 꼽힌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최근 공수에서 안정감있는 플레이로 박수를 받고 있는 오선진을 두고 “원래 가진 재능이 뛰어난 선수였다. 출장기회가 많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는데 최근에는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선수가 없다는 핑계보다 약한줄 알면서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뚝심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처음부터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가 탄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프로에 입단할 정도라면 아마추어시절 이름깨나 날렸던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면 잠재된 재능이 폭발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하위권 팀일수록 선수들이 문제점을 점검하고, 기량을 다듬어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프리에이전트(FA)로 수준급 선수를 영입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매년 최악의 선택을 되풀이하다 시즌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한화도 계획성 없는 FA 영입으로 팀 체질이나 색깔 바꾸기에 모두 실패했다.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10연속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지만 11년째 반드시 가을무대에 진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당분간 약체로 놀림과 조롱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라는 미래와 맞바꿀 용기가 필요하다. 한화 선수들은 내년에도 이글스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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