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 리베라호텔 서울.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도쿄돔에 다시 한 번 태극기를….

다시 한국야구를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국보의 어깨에 올려졌다. 무대부터 흥미롭다. 선수로서 그리고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신화를 이룬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이다. 현역시절 한일야구를 정복했던 선동열(54)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첫 무대는 오는 11월 16일부터 열리는 만 24세 이하 국제대회인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이다. 스포츠서울이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선 감독을 만나 대표팀 준비 상황과 한국야구가 해결해야 할 과제, 다시 도쿄돔 그라운드를 밟는 각오 등을 들었다.

[SS포토] 선동열 코치, 마운드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야구 대표팀의 선동열 투수 코치가 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A조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진 8회 덕아웃 구석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10월 10일이 엔트리 발표일이다. 감독 선임일이었던 7월 24일 이후 꾸준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들었다. 젊은 선수들을 보니 어떤가?

예전보다 좋다는 의견도 있는데 아주 그렇지는 않다. 우리 야구가 위기에 처한 게 맞는 것 같다. 투수만 봐도 류현진 이후 에이스가 없지 않나. 현장에서 물러난 후 2년 반 동안 나름대로 왜 이렇게 됐나 고민을 했다. 프로야구 외에도 아마추어 등 여러 현장을 돌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아쉽지만 문제는 아마추어에 있는 것 같다.

- 중·고교야구에서 아쉬운 점을 봤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 선수들의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 있다. 일정부터 잘못됐다. 3월부터 경기에 들어간다. 너무 일찍 추운 날씨에 경기에 들어가니 별도의 체력훈련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집을 지으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데 기초가 튼튼하지 않다. 겨울에는 체력훈련을 해야 한다.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중고등학생이 해외 전지훈련을 간다. 예전에는 학교들이 동창회 기금으로 야구부를 운용했는데 요즘에는 학부모 기금으로 운용한다. 이렇게 큰 부담을 짊어진 채 해외에 갈 필요는 없다. 겨울에는 국내에서 체력훈련 위주로 하는 게 낫다. 따뜻해지고 나서 기술훈련에 들어가면 된다. 아마추어가 프로와 똑같이 한다는 거 자체가 모순이다.

- 그래도 올시즌에는 이전보다는 젊은 투수들이 많이 보이지 않나?

아직 멀었다. 류현진, 김광현과 비교할 만한 투수는 아직 없다고 본다. 24세 이하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친선 경기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일본전은 신경이 쓰인다. 전날 코치들과 모여서 엔트리 논의를 했다. 확실히 야수가 투수보다 뽑기가 쉽더라. 최대 3경기기 때문에 25인 엔트리에서 투수 11명을 생각하는데 11명을 채우기도 힘들었다. 투수가 많아서 고민해야 하는데 반대다. 투수 12, 13명을 데려가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힘들다. 심각한 문제다.

선동열 감독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 리베라호텔 서울.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타고투저의 여파가 대표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타고투저의 원인이 타자의 성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투수의 기량저하가 크다고 본다. 최근 미국과 일본을 보면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140㎞ 중반만 던져도 강속구 투수로 꼽힌다. 과연 일본전에서 우리 타자들이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150㎞대의 공을 칠 수 있을까 걱정된다. 대표팀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을 육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습기간이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된다. 선수들 컨디션 조절하고 팀플레이를 익히는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세대교체나 체질개선은 대표팀서 당장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전임 감독으로서 첫 번째 목표는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육성은 프로리그에서 이뤄지고 나는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 국가대표팀 감독은 잘해야 본전인 자리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KBO(한국야구위원회)서 처음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고 있다.

총재님께서 직접 요청하셨다. 이야기를 듣고 보름 정도 고민을 했다. 누군가는 맡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KBO의 요청을 승낙했다. 대표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리다. 그야말로 명예 아닌가. 게다가 대표팀 코치도 많이 했으니까 코치 경험이 감독을 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태극마크 의미가 예전보다는 떨어진 게 사실이다. 선수 입장에서도 긴 시즌 많은 경기를 치르며 대표팀까지 나서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선수들이 국가가 있기 때문에 프로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서로 가고 싶어 하는 대표팀이 됐을 때 좋은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SS포토]양현종 조언하는 선동열 코치, \'남다른 애정~\'
14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경기장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훈련이 진행됐다. 양현종의 불펜피칭을 본 선동열 코치가 양현종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이주상 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대표팀 코치를 맡으면서 성과도 많이 냈다. 200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5 프리미어12에선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야구팬에게 큰 선물을 줬다.

2006 WBC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 난다. 당시 대표팀 선수들이 정말 의욕이 넘쳤고 신구조화도 잘 이뤄졌다. 메이저리거도 많았고 전력도 좋았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스타들과 경기를 치르는 것 가자를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선 당시와 같은 의욕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결국 1회 WBC 때 중심을 잡았던 선수들이 꾸준히 국제무대서 활약해줬다.

- 비록 당시보다 특출난 선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경기는 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일단 선발투수가 있어야 한다. 선발투수가 경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중요한 경기를 책임질 투수가 없다. 2, 3회만 던지고 내려간다. 이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5회까지라도 선발이 버티며 승부를 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선발투수를 길게 놔두면 4~5점을 내주기 일쑤다. 그렇다고 타격이 폭발한다는 보장도 없다. 경기당 투수 7~8명은 대기시킬 것이다. 당장 한일전을 치른다고 가정하면 기록이 좋은 선수보다도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마운드를 운용하겠다. 특히 24세 이하 대회의 경우 투수들을 정말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이니 특성을 잘 파악해서 경기마다 등판 순번을 정하겠다.

- 타자들에게는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

국내에서 상대한 투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외투수들은 성향부터 차이가 난다. 변화구의 움직임도 차이가 크다. 2017 WBC때도 그랬지만 똑바로 오는 공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조금씩은 다 변한다. 대비하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다.

선동열 감독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 리베라호텔 서울.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현역시절 일본에서 뛰어난 커리어를 쌓았고 일본 야구계 지인도 많다. 일본에서의 경험은 삼성, KIA 시절 감독으로서 팀을 이끄는데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선 감독은 삼성 시절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KIA 시절에는 오키나와 킨에 야구전용 시설을 건립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대표팀을 맡았으니 일본 전력분석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나뿐이 아닌 우리 코치들도 일본에 지인이 많다. 그렇다보니 일본야구 자료나 선수들의 평가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선수자원 자체가 좋다. 오타니 쇼헤이 같은 투수와 상대하면 점수 내기가 쉽지 않다. 과연 우리 타자들이 그 공을 공략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 아무리 잘 알아도 수준 차이가 나면 극복하기 힘들다. 한일전은 늘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 더불어 이번에는 일본야구의 메카라 불리는 도쿄돔에서 경기를 한다.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또한 결승 무대가 도쿄돔이다.

도쿄돔은 일본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시절 추억도 많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도쿄돔에선 드라마 같은 경기가 많았다. 감독을 맡고 첫 대회를 도쿄돔에서 하는데 의미가 남 다르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선동열-(~2001)
28세이브 포인트를 올린 주니치 야구선수 선동열(가운데)의 모습. (스포츠서울DB)

- 주니치 시절 최대 라이벌인 요미우리와 도쿄돔에서 붙을 때는 어떤 생각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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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는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구단이다. 동시에 다른 구단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TV와 신문 모두 요미우리가 중심이라 다른 구단 선수들은 요미우리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것이 있다. 요미우리에 가고 싶어 하는 선수도 많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요미우리전에서 더 잘하려 한다. 내 경우에도 요미우리전은 뭔가 다르게 다가왔다. 요미우리를 꺾으면 바로 스포츠지 1면에 나갔다. TV도 요미우리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 사실 일본에 갈 때 요미우리와 주니치를 놓고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주니치를 간 게 더 좋게 됐다. 첫 해 부진했는데 요미우리에 갔다면 다시 기회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요미우리는 바로바로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하는 구단이다.

- 말한대로 첫 해 고전했지만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주니치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리고 1999년에는 주니치가 11년 만에 우승도 차지했다.

일본에선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헹가래를 받는 투수를 ‘도아게 투수’라고 부르며 의미를 크게 둔다. 나도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며 ‘도아게 투수’를 경험했다. 덕분에 일본 TV에서 주니치의 역사를 다룰 때 항상 나도 나온다. 일본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도쿄돔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요미우리전에서 더 열심히 던졌고 성적도 좋았다.

- 이제는 한국 대표팀의 수장으로 도쿄돔에 선다. 2020 올림픽까지 계획과 각오를 말해달라.

2019 프리미어12까지는 선수 구성을 마치려고 한다. 그때쯤 되면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3년을 잡고 단계를 밟으며 올림픽에 나갈 대표팀을 완성할 계획이다. 물론 젊은 선수 중에도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포함시킬 생각이다. 가장 좋은 그림은 이번 24세 이하 대회부터 올림픽까지 4, 5명 정도는 꾸준히 출장하면서 대표팀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대표팀 외에 다른 생각은 안 한다. 매년 치르는 국제대회만 생각한다. 지금 내 야구인생은 도쿄 올림픽까지다. 도쿄돔에서 우리 선수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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