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최근 배우 유아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면 악플은 많은데 정작 이유는 없다. 이쯤 되면 악플러들에게 유아인은 '그냥 싫은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왜 악플러들은 그가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토록 험한 말을 쏟아내는가.
악플의 내용을 보니 원인은 '군대'였다. 일부 대중에게 그는 병역 면제로 '눈엣가시'가 돼버린 모양새다. 유아인은 지난 6월 27일 골육종으로 인해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에게 악성 댓글,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심리적 타격을 주기도 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
앞서 지난 5월 22일 5차 신체검사 결과에서 면제 판정게 된 유아인은 일상생활의 통증은 견딜 수 있지만 거대해진 골육종으로 인해 현역 군 생활에는 적합한 요원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게 됐다.
유아인은 지난 2013년 영화 '깡철이' 촬영 도중 오른쪽 어깨 근육이 파열됐고 다음 해 영화 '베테랑'을 촬영하면서 증상이 악화돼 결국 2015년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유아인은 그동안 4번의 신체검사를 받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입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과거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제작 발표회에서 그는 절차에 따라 반드시 입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제작 발표회에서도 그는 "종양이 있지만 악성 종양이고 특이 케이스로 사이즈가 커져 잘 관찰하고 있다"며 "쇄골 골절은 아직 다 붙진 않았으나 일상생활은 가능하다"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군 복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아인은 병무청으로부터 최종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악플이 쏟아지자 유아인 측은 건강상의 문제로 3년간의 재신체검사를 거쳤다는 것을 강조하며 "해당 판정의 모든 과정은 비리나 기피와 같은 어떠한 부정행위 없이 국가기관에 의한 철저한 검사와 확인 등의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명확히 알려드립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군 복무 의지를 강하게 보였던 다른 연예인들과 유아인을 비교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2PM의 옥택연은 시력 및 허리 디스크로 공인근무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까지 받고 현역 입대를 자원했다. 슈퍼주니어의 규현은 대형 교통사고로 치명상을 입었지만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라는 것.
하지만 유아인의 병역 문제는 국가가 내린 결정이다. 병역자원으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내린 국가의 결정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도 없다. 그 과정에서 한치의 의혹도 없었다면, 탐탁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받아들일 법도 한데,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최근 유아인은 SNS에 故 김주혁의 애도글을 올렸다가 악플의 뭇매를 맞았다.
유아인은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애도는 우리의 몫. 부디 RIP"라는 글과 함께 벤바민클레멘타인의 'condolence(애도)'라는 곡 앨범 재킷 사진을 게시했다. RIP는 'rest in peace'(평화롭게 잠들다)'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이 와중에 허세 부리고 싶냐"는 식의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표현의 방식을 갖고 비난하는 건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아인은 새로운 게시물을 올렸다. 유아인은 "소셜 네트워크. 흩어진 모든 우리를 연결하고 하나일 수 있게 하는 시스템. 제대로 사용하자. 미움 대신 사랑으로. 의심 대신 믿음으로. 거짓 대신 진실로. 서로를 느끼자.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우리 모두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당신이 지금 댓글 다는 이 세상"이라는 글이 적힌 사진을 게재했다.
유아인은 故 김주혁과 연예계 동료다. 옴니버스 영화였지만 '좋아해줘'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고인을 접한 대중보다 더 가까울 수 있는 사람이다. 애도의 마음도 그 못지않을 터. 익숙한 애도의 글이 아니라고 해서 비판을 받을 이유도, 애도의 마음이 폄훼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유아인은 송혜교-송중기 결혼식 애프터 파티에서 흥겨운 춤을 췄다고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하객으로 참석한 중국 배우 장쯔이와 흥겹게 춤을 추는 유아인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
이에 다수의 네티즌들은 왜 그런 것까지 하지 못하게 하느냐 반박하고 나섰다. 엄연히 다른 자리에서 침통한 분위기를 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남의 잔칫집에 가서 상여소리를 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아무리 전날 누군가의 비통한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고 해도, 다음 날 다른 이의 경사에 축하를 못 한다는 발상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경사로운 곳에서는 그에 맞는 분위기로 답해주는 게 하객의 예의다. 유아인은 그에 맞게 행동을 했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난 1일, 고인의 빈소에 방문하기에 앞서 유아인은 또다시 글을 올렸다. 장문의 글이었다. "다들 똑같은 가면을 안전모처럼 착용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표정을 짓고 똑같이 입고 똑같이 말하고 똑같은 것을 원하는 재미없는 세상을 내 멋대로 휘젓고 싶었다.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진심을 담은 다른 형태의 존재와 행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조금은 믿었다"고 여러 차례 보여줬던 소신을 강조했다.
이어 "소란한 미움들 보다 고요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더 크고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켜보시기 힘겨웠을 걸음걸음에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그동안의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깊은 조의와 축복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난감한 상황의 간극을 비집고 들어와 논란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에게 동조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며 "실체 없는 소음에 눈과 귀를 닫고 부디 모든 사실과 진실과 진심을 바라보며 벼랑 끝의 이 세계를 함께 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st In Peace- 함께 이 시대를, 슬픈 죽음을 애도합시다"라고 글을 마무리 지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11시 55분께 고인의 빈소를 찾아갔다. 지난 3일간 그가 보여줬던 다양한 형태의 '애도'는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종지부를 찍게 됐다.
'밉상 이미지'가 박힌 탓인지 유아인의 행동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일부 네티즌들이 '억지 논란'을 만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은 "이래도 논란, 저래도 논란. 논란 만들고 싶어서 작정한 사람들이 있는 듯",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데 왜 욕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왜 이렇게 화로 가득 찼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아인이 지난 3일간 SNS 등을 통해 행한 일련의 행동들이 대중에게 용서받지 못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지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이유로, 정당한 비판이 아닌 원색적인 비난만을 한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건강한 비판이 아닌 무분별한 악성 댓글은 '무차별 폭행'이자 '범죄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사진ㅣ스포츠서울 DB, 유아인 SNS, 척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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