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최근 몇 년 사이 공개적으로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인으로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연예인의 특성상, 평소 정치색이 드러나는 발언을 하기 힘들지만 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앞서 정치적 발언 및 활동을 한 연예인 대부분은 대중의 비난이나 외압을 감수해야 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 정치색을 드러내는 건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갖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이렇지만 할리우드는 다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톱스타들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일이 다반사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톱스타 메릴 스트립은 세계에 생중계된 올해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연예인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게 여겨졌다. 특히 국내 연예계는 정치색이 강할수록 배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치적 발언은 더욱 금기처럼 여겨져왔지만, 최근 연예계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시점으로 따지자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고, 스타들도 이에 동참했다. 특히 이승환, 양희은, 전인권 등은 촛불집회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김동완, 이준, 윤종신 등은 SNS를 통해 촛불집회 참석을 인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들이 용기를 낸 이유는 그들도 연예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에서는 가수 이승환과 주진우 기자가 게스트로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 주진우 기자는 이승환이 공연을 하며 겪은 일들을 말하자 "이 형은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이 크고 반듯하다. 거기 맞춰서 살려고 하니 여자를 못 만난다"고 폭로했다.
이어 주 기자는 "이상형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그런 사람한테 정치 얘기를 물어본다. 성향이 좀 안 맞으면 다른데 쳐다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에 이승환은 "아니 진짜로"라고 소리친 뒤 "내가 마음이 있는데 'XX당' 좋아해. 그럼 내가 어떻게 사귀어? 말도 안 되지"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앞서 이승환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왔다. 최근에는 자신의 소속사 건물 드림팩토리 외벽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가 항의 신고를 받기도 했다. 경찰 방문에 우선 현수막을 철거한 이승환은 지정 장소 외엔 자신의 건물이라도 옥외 현수막이 불법 광고물에 해당된다는 관련 법을 확인, 해당 법에 위배되지 않는 현수막으로 교체해 다시 내걸기도 했다.
이승환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연예인 이야기는 시시콜콜 그렇게들 하면서 왜 정작 먹고사는, 아니 죽고 사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 하나?"라며 "불의 앞에선 중립을 지킬 수 없고 외면할 수도 없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12일, 이승환은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 현장서 "야당 정치인 여러분, 혹시나 제가 그 정치인들 편인 것 같아서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좋아하지 말라. 나는 시민들 편이지 정치인 편은 아니다. 나는 노래하는 가수고 국민들 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야당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재지 마시고 간 보지 마시고, 국민들의 뜻에 따르라는 말씀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승환을 포함한 많은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상식적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모든 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정당한 방법으로 추구하고 표현할 권리가 있다.
연예인들의 정치적 소신 발언에 대중은 '개념 연예인'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주기도 했다. 다만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에는 그만한 책임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과거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연예인들의 입장 표명이 정화되지 않은 표현으로 대중의 감정에 호소한 것과 유행처럼 번지는 데는 일말의 불안함이 담겨있기 때문.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연예인들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소신 발언에는 깊은 생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ㅣ드림 팩토리 제공, tvN 방송화면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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