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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이 또 KBO리그에 엄습했다.
두산 투수 이영하(21)가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고 이를 구단에 신고했다. 이영하의 대처는 칭찬받을 만하지만 승부조작 브로커가 여전히 활기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클린베이스볼 센터는 지난달 초 승부조작과 관련된 제보를 접수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진행했다. KBO 조사위원회를 통해 기초 조사를 마친 뒤 관련 자료를 지난달 18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KBO는 제보 접수 후 전 구단에 이와 관련된 제의가 선수들에게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조사를 요청했으며 7일 현재 구단들은 선수들과의 면담까지 모두 마쳐 더 이상 문제 사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KBO의 발표 후 두산은 “승부조작 제보 건과 관련된 선수는 이영하다. 자신의 모교가 아닌 A고교를 졸업한 B 브로커로부터 볼넷 제의를 받았고 구단에 신고했다.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곧바로 구단에 알린 이영하의 빠르고 올바른 판단이 있어 바로 신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두산은 내부적으로 사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B 브로커가 타구단 선수와도 접촉할 수 있다고 판단해 KBO에 알렸다.
이영하의 대처는 박수받을 만하다. KBO 관계자도 “선수의 경각심이 드러난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한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승부조작 세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 2012년 LG 박현준이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됐고 2016년 이태양, 문우람, 유창식 등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게 밝혀졌다. 당시 KBO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됐고 야구계 전체가 자정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하지만 2년 여가 흐른 지금 다시 악의 싹이 나오려 하고 있다. 최근 KBO는 넥센 구단주 구속과 넥센의 조상우·박동원 성폭행 혐의 연루, 트레이드 뒷돈 발각 등으로 어수선하다. 불순한 세력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게 포착된 것이다.
승부조작 세력의 재창궐로 인해 리그 전체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다시 흐려질 위기다. 발본색원(拔本塞源·폐단을 없애기 위해 그 뿌리째 뽑아 버림을 이르는 말).’ 지금 KBO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이영하는 칭찬받을 만하지만 승부조작이 다시 시도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팬이 등을 돌리면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암흑기가 다시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800만 관중시대는 어렵게 쌓아올린 탑이지만 믿음을 잃으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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