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무명의 슈퍼스타. 모순되는 표현이지만 이장군(26·벵갈워리어스)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말은 없다.

한국 남자 카바디 대표팀 주장 이장군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카바디 결승서 활약했다. 아쉽게 은메달에 그치긴 했으나 불모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었다.


이장군은 인도 프로리그에서 활약 중인 카바디 선수다. 공격수인 '레이더'로 뛰어난 피지컬과 힘, 스피드, 센스를 두루 갖춘 만능 선수로 평가 받는다. 카바디가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라 한국에선 이장군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안다. 하지만 이장군은 인도의 '슈퍼스타'다. 인도는 카바디 종주국이라 인기가 대단하다. 한국으로 따지면 씨름 같은 개념의 서민 스포츠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카바디를 직접 즐기고, 관전한다. 유일하게 프로리그가 있는 나라도 인도다. 그런 인도에서 이장군은 몇 안 되는 '억대 연봉'을 받는 최고 수준의 선수다. 이장군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식당에서 밥만 먹어도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힘들 정도"라고 자신의 인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이장군이 활약할 때마다 경기장을 찾은 인도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이장군이 공격수로 나서면 어김없이 "쿤 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시안게임 7연패를 차지했던 인도는 준결승서 이란에 패해 탈락했다. 한국과의 맞대결이 유력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장을 찾은 일부 인도인들은 태극기를 들고 한국을 응원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온 30대 여성 아르샤나는 이장군을 '쿤 리'라 부르며 "쿤 리를 정말 좋아한다. 다른 이유가 없다. 그는 정말 좋은 선수다. 인도에서도 흔치 않은 최고의 스타다. 오늘 한국을 응원한다. 쿤 리가 있는 한국이 꼭 금메달를 땄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장군은 초등학생 시절 축구를, 고등학생 때 조정을 했던 만능 스포츠맨이다. 2011년 대학에 입한 후에 주변의 추천으로 본격적으로 카바디를 시작했다. 2013년 인도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프로리그에 입단했다. 당시에는 아직 실력에 물음표가 붙어 연봉이 300만원에 불과했지만 불과 4년 사이 약 40배가 뛰어 지난해에는 1억1000만원을 받았다.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인도에선 슈퍼스타 생활을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면 그는 일반인에 가깝다. 이장군은 "기분이 묘하다. 인도에선 많은 관심을 받지만 한국에선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만명인데 그중 아마 90% 정도는 인도인들일 것이다. 메시지도 정말 많이 온다. 읽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용하게 살 수 있다. 뭐가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흥미로운 삶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일종의 '이중생활'을 하는 셈이다.


이장군은 4년 전 인천 대회에서 한국의 동메달 획득을 도왔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반드시 메달색을 바꾸겠다"라고 말했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다. 결승서 패해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메달 색깔을 바꾼 것은 분명하다. 카바디 불모지인 한국이 전통의 강호들을 잡고 은메달을 딴 배경에는 무명의 슈퍼스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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