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논란 해명하는 선동열 감독, 생각에 잠겨[포토]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4일 ‘대표팀 일부선수’의 병역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심정을 밝히고 있다. 2018.10.04. 도곡동 한국야구회관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국보’가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 선발과 관련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을 국정 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선 감독이 청탁을 받고 일부 선수를 선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일에 국회에 출석할 전망이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병역회피 논란 속에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며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금메달을 따냈음에도 국민들의 공분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 시민단체로부터 선수 선발 과정에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까지 당했다. 결국 진상 조사를 위해 선 감독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서게 됐다. 더불어 선 감독의 선발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선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어떠한 청탁, 불법행위도 없었다.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 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국가대표 선발 방식, 병역 특례 제도 변경에 대해선 정부, 야구미래협회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다.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근거없는 비방, 억측, 명예훼손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뤄질리 만무했다. 최근에는 최종 명단 선발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회의록 진위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회의 당시 참석자들의 발언을 적은 속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된 회의록은 다른 단체들의 관행적인 작성 수준에 불과하다. 그 회의록을 놓고 사후 제작 여부를 논하는 것은 의미없다.

존재하지 않는 회의록 완성본(엄밀히 말하면 속기록)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결론을 내놓고 몰아가는 듯하다. 선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선 감독은 당당하게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미래까지 밝혔다. 국정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려고 하겠지만 소위 ‘물증(물적 증거)’이 없는 상황에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진흙탕 싸움, 호통 국감이 예상된다.

만약 선 감독의 기자회견 당시 회의록 공개와 함께 떳떳함을 호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머리만 조아릴 게 아니라 과거 패러다임을 깰 수 있는 대안까지 들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난 억울하다!’고만 외칠 게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 정서에 맞는 투명하고 공정한 대표 선발 규정을 마련해 발표했다면 그래도 성의는 있어 보였을 것이다. 성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지 않았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아주 기본적인 속담이 있다. 지금의 한국 야구는 소를 잃어버렸는데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억울하다고만 얘기하고 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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