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생활용품업계의 ‘제품 모방’을 둘러싼 논란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국내 생활용품 1, 2위 업체인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이 ‘펌핑치약’ 상표권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다. 생활용품업계에서 이른바 ‘제품 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LG생활건강, ‘페리오 펌핑치약’.

애경산업, ‘2080 펌핑치약’.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애경산업을 상대로 ‘펌핑치약’ 상표에서 ‘펌핑(Pumping)’ 사용을 하지 말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펌핑치약은 일반 튜브 타입의 치약처럼 짜서 쓸 필요 없이 눌러 쓰는 펌프 타입의 치약 제품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3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페리오 펌핑치약’은 자사 고유의 상표”이라면서 “이 제품을 출시한 지 5년이 지난 상태에서 애경산업이 ‘2080 펌핑치약’을 내놓는 건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3년 7월 ‘페리오 펌핑치약’ 3종을 출시했고, 애경산업은 이 보다 늦은 올해 7월 ‘2080 펌핑치약’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은 애경산업이 ‘펌프’나 ‘디스펜서(dispenser)’란 용어를 쓸 수 있었는 데도 동일하게 ‘펌핑’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LG생활건강은 “‘페리오 펌핑치약’이 출시 후 5년 만에 1500만개가 팔리는 등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자 애경산업이 이 제품을 모방해 출시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LG생활건강의 이같은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은 “펌핑이라는 표현은 튜브 치약의 대비되는 개념으로, 특정 기업의 독점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애경산업은 소비자에게 불신, 불편을 드리고 싶지 않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 ‘히말라야 핑크솔트 담은 치약’.

애경산업, ‘2080 퓨어솔트치약’.

제품 모방을 둘러싼 양사의 신경전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LG생활건강이 올해 3월 ‘히말라야 핑크솔트 담은 치약’을 출시하자 1개월 뒤 애경산업이 ‘2080 퓨어솔트 치약’을 내놓으면서 묘한 신경전이 불붙었다. 두 치약 제품 모두 ‘귀족소금’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소금을 사용했다.

이와 반대로, 애경산업은 LG생활건강이 자사 제품을 따라했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애경산업은 지난 1998년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하자’라는 뜻의 ‘2080치약’을 내놨다. 이 제품은 애경산업의 대표 스테디셀러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2013년에 ‘99세까지 28개의 건강한 치아를 갖자’는 내용이 담긴 ‘9928치약’을 출시하면서 ‘제품 따라하기’ 논란이 일었다. 애경산업은 “‘2080치약’이 인기를 끌자 LG생활건강이 우리 제품을 따라해 출시했다”면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경산업, ‘케라시스 퍼퓸샴푸’.

LG생활건강, ‘엘라스틴 퍼퓸샴푸’.

애경산업은 울샴푸, 퍼퓸샴푸도 LG생활건강이 자사 제품을 모방해 출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애경산업이 1990년 ‘울샴푸’를 출시하면서 중성세제 시장을 개척하자, LG생활건강은 같은 해에 ‘울센스’라는 이름의 중성세제를 선보였다. 또한 애경산업이 지난 2012년 ‘케라시스 퍼퓸샴푸’를 출시하자 약 6개월 뒤 LG생활건강은 ‘엘라스틴 퍼퓸샴푸’를 내놓기도 했다. 애경산업은 “‘퍼퓸’이라는 단어와 제품 패키지도 비슷해 사실상 따라하기 제품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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