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벤투 감독의 고심, 소집훈련을 통해 무엇을?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벤투 축구’의 실체가 첫 본고사인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 여지 없이 드러났다.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의 특징이라면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이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 경기 전부터 예고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각국 사령탑의 장담은 그라운드에서 잘 나타났고, 태극전사들은 매 경기 쩔쩔 맨 끝에 카타르전에서 참사를 또 한 번 겪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는 ‘3무 축구’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템포가 없고, 그 다음이 용병술이나 조커 투입 등 변화가 없다. 지루한 점유율 축구에 감동도 사라졌다. 한국의 이번 대회 가장 큰 문제점은 템포와 리듬 조절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선 강자다. 그러다보니 한국을 만나는 팀은 수비라인에 진을 치고 역습하는 전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벤투호 입장에선 상대의 카운터어택 전술이 공략 지점이다. 상대가 수비하다가 공격으로 나설 때 볼을 끊어 거세게 몰아치고 득점해야 하는데,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준비한 전술이 없다보니 항상 느린 템포로 경기가 진행됐다. 한국이 모처럼 역습할 기회를 잡아도 상대는 이내 8~9명이 진을 치며 흐름을 쉽게 차단했다. 점유율을 위한 점유율 축구가 계속 됐다. 국제대회와 평가전은 다르다. 벤투 감독의 생각은 상대가 한국까지 오느라 지쳐서 컨디션이 60~70%에 불과했던 국내 평가전에서나 통했다.

변화 없는 축구도 벤투 감독의 실력을 드러냈다. 벤투호는 5경기 내내 ‘복사+붙여넣기’가 어울릴 만큼 뻔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조별리그 최종전 중국전에 손흥민을 바로 선발 투입한 것, 카타르와 8강전에서 부상 당한 황희찬을 대신해 황인범의 위치를 끌어올린 것 정도가 벤투 감독이 ‘어쩔 수 없이’ 택한 변화의 전부였다. 교체 멤버도 뻔했다. 구자철이나 지동원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으나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컨디션이 아니다. 벤투 감독은 이들의 클래스, 자신의 축구와 어울린다는 점을 들어 줄기차게 기용했다. 이탈리아 세리에B에서 맹활약하며 컨디션이 좋았던 이승우는 토너먼트부터 교체 2~3순위로 기용했을 뿐이다. 김신욱이나 석현준 등 장신 공격수를 아예 빠트리고 갔다가, 카타르전에서 후반 34분 선제골을 내주자 수비수 김민재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장면에선 많은 축구인들이 헛웃음을 지었다.

감동도 없다. 벤투 감독은 지난 7일 필리핀전부터 25일 카타르전까지 매 경기 불안한 경기력과 답답한 전술 구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와 그의 휘하 코치들에게 소요되는 예산이 연간 40~5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지난 16일 중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0 승리를 챙겼으나 상대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고 ‘져도 그만’이라는 생각 아래 나선 점을 고려하면 큰 감흥을 주진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의 환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감동을 벤투 감독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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