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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동남아 중심에 축구 한류를 심는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맡아 승승장구하며 한국 지도자의 능력을 동남아에 과시하고 있다. 이번엔 클럽 무대다. 지난 2017년 세레소 오사카의 일본 FA컵과 리그컵 동반 제패를 이끌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운 윤정환 감독(47)이 동남아 핵심국 태국의 명문 클럽 지휘봉을 잡고 새 도전에 나선다.
태국 1부리그 명문 무앙통 유나이티드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감독을 새 사령탑에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본지 4월8일 8면 단독 보도>이전에도 한국인 지도자가 태국 구단을 맡은 적은 있었지만 무앙통 같은 빅클럽을 지휘하는 것은 윤 감독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말 세레소 오사카와 계약 기간이 끝나 재충전하고 있었다. 유럽 연수 등을 계획하고 있다가 무앙통의 러브콜을 받고 감독직을 수락했다. 윤 감독은 이미 7일 열린 나콘라차시마와 원정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의 새 축구인생을 구상했다.
무앙통은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함께 날로 번창하고 있는 태국 프리미어리그의 대표 구단이다. 2017년엔 울산과 브리즈번(호주)을 제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방콕 근교 논타부리에 연고를 두고 있으며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훌륭한 축구전용구장을 갖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나섰던 이호,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오반석 등 한국 선수도 2명 데리고 있다. 베트남 축구를 대표하는 골키퍼 당 반 럼도 올해부터 무앙통에서 뛰고 있다.
윤 감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 사간 도스를 지도하며 하위권팀 도스를 선두까지 올려놓았다. 2015~2016년엔 K리그 울산 감독으로 재직했다. 2017년 세레소 오사카로 이동한 뒤 그 해 FA컵과 리그컵 동반 우승을 달성했다. 무앙통 구단은 “현대적인 감각과 성공 경험 갖춘 지도자를 물색했다. 윤 감독이 구단을 재건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무앙통은 전체 30라운드 중 팀별로 6~7라운드가 진행된 태국 1부리그에서 승점 6으로 16개 구단 중 15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7위 치앙라이가 승점 9로 한 경기 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위권으로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
윤 감독이 가야할 길은 역시 박 감독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의 체력과 집중력 등을 개선시켜 동남아시아 정상은 물론 아시아 8강 수준까지 올려놓았다. 지난해 1월 U-23 아시아선수권 본선부터 지난해 U-23 아시아선수권 예선까지 5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끈끈한 한국 스타일을 접목시켜 아시아 축구의 판도 변화를 불렀다.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은 물론이다. 윤 감독에 거는 태국 축구계의 기대 역시 크다. 이웃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그의 부임을 크게 다루고 있다. 이날 취임식엔 수십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윤 감독 역시 세레소 오사카에서 한국 특유의 ‘무너지지 않는’ 축구를 도입해 성공 신화를 쓴 적이 있다. 무앙통의 선수 수준이 여전히 태국 최고인 만큼 제 궤도에 오르면 롱런할 수 있다.
무앙통 구단의 역사로 시선을 돌리면 세르비아 출신 슬라비사 요카노비치의 성공 스토리를 윤 감독이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2012~2013년 재직하면서 무앙통에 리그 우승을 안겼다. 이 때 커리어를 바탕으로 유럽에 돌아갔으며 지난해 여름 풀럼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켜 각광을 받았다. 윤 감독도 요카노비치처럼 무앙통을 변화시키고 재조명 받는다면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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