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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의 한 아파트.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유인근기자] 요즘 부동산 시장에 ‘줍줍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중도금 대출 요건이 까다로워진 청약 시장에서 자금력 부족으로 계약을 포기하면 기다렸다 이를 주워가는 현금 부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줍줍족’의 등장은 올해 들어 청약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서울 등 인기지역의 ‘청약불패’ 신화가 깨진 데 이어 분양가가 싼 곳에는 청약통장이 몰리고, 비싼 곳은 미달이 나 미계약이 속출하는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해 내 집이 절실한 서민들의 마음에 씁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세차익이 가능한 곳에만 청약통장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도권 인기 공공택지인 위례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보다 30∼40% 이상 싼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최대 8년 전매제한 기간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지난 1월 분양한 위례신도시 하남권역의 ‘위례포레자이’의 경우 487가구 모집에 6만347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30대 1을 넘어섰다. 이달 초 분양한 ‘북위례 힐스테이트’에는 939가구 모집에 7만2570명이 청약했다. 무주택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1주택자는 규제지역 아파트 청약시 살던 집을 팔기로 약정을 맺어야 하는 등 이중, 삼중의 규제에도 청약이 몰렸다.

반면 같은 수도권 공공택지이고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지만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대방노블랜드’ 등은 1순위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했다. 지난해 분양만 했다 하면 100% 계약이 끝났던 서울도 올해 들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 정부 규제로 집값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 차익이 적거나 없는 단지들은 인기가 없다. 또 미분양은 면했다 하더라도 고분양가 아파트는 계약을 포기하는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효성이 분양한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분양가가 3.3㎡당 2469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일반분양 물량(263가구)의 41.5%인 174가구가 미계약됐을 정도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제도를 강화했지만 무주택자들은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현금 부자들에게 유리한 ‘무순위 분양’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무순위 분양’은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무주택 여부, 청약 재당첨 제한 등 규제와 무관하다.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해도 불이익이 없고 올해들어 물량이 급증해 당첨 가능성이 높아 다주택자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74가구의 미계약이 발생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지난 16일 청약통장 없이 벌이는 ‘무순위 분양’에 무려 5835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33.5대1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미계약분 90가구 추첨에도 신청자 3000여명이 몰렸다. 이들을 두고 미계약분만 ‘줍고 줍는다’, 또는 ‘주워 담는다’는 의미에서 ‘줍줍족(族)’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계약자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한몫을 하고 있다.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공공기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이 나오지 않아 중도금 대출을 못 받는다. 9억원 이하는 본인이 이미 다른 대출이 있거나 상환 능력이 안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등에 걸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에서 무주택자의 청약기회는 좁아지고 있는 반면, 현금 동원이 가능한 부자들에게 오히려 청약기회가 넓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출 규제나 중도금 대출 허용 기준을 풀어줄 계획은 없다. 대출 건전성과 집값 안정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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