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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우승을 위한 필요조건 중에 마운드 외에 견고한 수비도 들어간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후 ‘제 2의 왕조’를 노래했지만, 수비안정 없이는 요원한 목표다.
SK는 지난 시즌 절대 1강으로 꼽히던 두산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마운드에서 최강 두산에 우위를 점했고, 타선에서도 필요할 때마다 홈런포가 터져나왔다. 수비에선 두산이 절대 우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팀 실책(77개)이 가장 적었던 두산이 흔들렸다. SK가 경기 결과와 직결되는 악성 실책을 줄이며 우승 헹가래를 쳤다. 지난 시즌 팀 실책 116개로 10개팀 중 2번째로 많은 실책을 범한 SK였지만 정작 큰 무대에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다.
지난달까지 SK는 팀 실책 19개로 10개팀 중 4번째로 적은 실책을 기록 중이다. 수치상으로는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문학 키움전에선 결정적인 실책 2개가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 1-1로 맞서던 6회초 무사 1,2루에서 나온 박병호의 안타 때 우익수 정의윤이 아쉬운 중계플레이로 역전 점수를 줬다. 2루에서 3루로 뛴 뒤 주춤하던 키움 김하성은 정의윤의 느슨한 플레이에 바로 홈으로 내달렸고 간발의 차로 득점에 성공했다. 정의윤의 안일한 플레이 하나는 키움 타선에 불을 당겼다. 이후 키움은 5점을 더 더하며 7-1까지 달아났다. 6회말 4점을 내며 5-7까지 추격했지만 7회초 선두타자 박병호의 타구 처리 미숙이 또 화를 불렀다. 좌익수 고종욱이 낙구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박병호는 2루까지 안착했다. 이후 키움은 7회에만 3점을 더 내 10-5로 다시 달아나며 승리했다.
정의윤과 고종욱의 아쉬운 플레이 2개로 팽팽하던 승부가 키움 쪽으로 기울었다. 실책이나 실책성 플레이가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묻힐 수 있지만, 지난달 30일 키움전에선 모두 경기 흐름을 바꾸는 플레이가 나왔다.
SK는 올시즌도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으로 이어지는 수준급 국내 선발진을 자랑하고, ‘파이어볼러’ 앙헬 산체스에 브록 다익손이 한국 무대에 적응 중이다. 선발진은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불펜진도 정영일, 김태훈, 하재훈 등을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방망이가 터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운드의 힘으로 승수를 쌓으며 순위 레이스에서 힘겹게 맨 앞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수비까지 흔들리면 1위 자리를 지키긴 어렵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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