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아직 공개 코미디는 끝나지 않았다.”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쿠킹스튜디오에서는 ‘개그콘서트’ 1000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원종재PD, 박형근 PD을 비롯해 개그맨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 등이 참석했다.
1999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 ‘토요일 밤의 열기’를 시작으로 그해 9월 ‘개그콘서트-토요일 밤의 열기’로 편성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오는 5월 19일 1000회 방송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게 됐다.
‘개콘’의 20년은 하나의 경이로운 역사였다. 수많은 스타와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했다. 프로그램 자체로만 여러 시상식에서 총 8회 수상했고, 이 프로그램 출연 코미디언이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만 42회에 이른다. 1000회 평균 시청률은 16.6%, 최고의 1분은 지난 2003년 1월 170회 ‘봉숭아 학당’ 코너 속 노통장 캐릭터가 나왔을 때의 49.8%였다.
김미화는 “아이가 네명인데 ‘개콘’은 내게 5번째 아이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고, 신인 개그맨 시절이던 ‘개콘’ 초창기부터 활약해온 김대희는 “내가 KBS 개그맨 공채 14기인데 ‘개콘’은 14기 동기다. 데뷔 때부터 함께 쭉 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개콘’의 상황은 좋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원PD는 “‘개콘’ 태동기에는 신선하고, 당시 보지 못한 코미디였다. 새로웠다. 20년 끌어왔다는 건 개콘이 새롭지 않다는 의미인 건 맞다”며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 다하는데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개콘’이 지금까지 너무 사랑받아서 지금의 ‘개콘’이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구체적인 노력 방안이 생각보다 많진 않다. ‘대한민국을 웃기는 행위’라는 모토로 20년 끌어왔는데 유지하기가 쉽진 않다”고 말했다.
‘개콘’을 만들어낸 주축인 선배 코미디언 전유성과 김미화도 현재 개콘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 보였다.
김미화는 “공개 코미디가 20년 정도 지나오니 식상할 수 있다. 예전엔 기다려주셨지만 점점 소비 사이클이 빨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모두가 함께 고민하면 코미디가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전유성은 “나는 ‘유머1번지’ 세대다. 당시 코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인기 있었다. 인기를 등에 업고 대학로 무대에 가서 성공을 거뒀다. ‘개콘’은 반대로 대학로에서 검증이 끝난 코너를 TV에서 해서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현장 검증 과정이 짧거나 없어진 거 같아 아쉬움은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거다. 재밌다고 생각하면 오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코미디’ 형식이 수명을 다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현실. 신봉선은 “사실 우리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플레이어 입장이기 때문에 말이 조심스럽다. 코미디를 만들 때 제약도 분명 많다. 지상파라는 채널, 개콘이라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콘셉트를 어떻게 녹일지 연구중이다”이라고 말했다.
‘개콘’ 코미디는 ‘가학성’, ‘외모비하’ 등의 요소로 비난 받아오기도 했다. 원 PD는 “가학성, 외모비하가 최근엔 없다. 시대가 변했다. 지금은 개그맨을 뽑을 때도 얼굴이 못생긴 건 메리트가 없다. 못 생긴 걸 못 생겼다 말할 수 없는 세상이다. 별 대사 없이 웃음을 주던 코미디언들에겐 몸과 얼굴이 재산일 테지만그런 코너를 올리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 당연히 누군가에게 상처되고 불편함을 준다면 지상파 코미디에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유미는 “내가 데뷔했을 때보다 좋아진 측면도 있다. 성별 구애받지 않는 개그 펼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나는 비공개 코미디 때도 활동했다. 공개 코미디 시대가 열린지 20년이 됐다. 공개 코미디가 지금 현재 시대에 안 맞는 형식은 아니다. 공개 코미디엔 서영춘, 배삼룡 등 선배들의 기법도 새롭게 녹아 있다. 무대 밖으로 나가 새로운 요소를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후배들을 믿는다. 방법은 여러가지 일 것 같다. 조금 더 지금 시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기사추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