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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이모씨(35)가 자신이 운영하는 야구교실의 유소년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아마추어 야구 전체가 금지약물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치 입시학원처럼 야구레슨장이 전국적으로 퍼졌는데 금지약물 관련 교육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면서 벌어졌다.
유소년 야구 인구가 늘면서 꾸준히 고교야구팀이 창단되는 동시에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아무런 윤리교육도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야구를 총괄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비롯해 대한체육회 또한 아마추어선수를 대상으로한 금지약물 복용, 승부조작 관련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사실상 야구선수가 금지약물과 승부조작에 대한 교육을 받기 위해선 프로에 들어오는 수밖에 없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신인 오리엔테이션이 처음으로 교육을 받는 자리”라며 “아마추어 선수들도 얼마든지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단체에서 별다른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이를 파악하고 이듬해 관련 법규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사태의 확장성이다. 이씨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이 전국 곳곳에 야구레슨장을 개업하거나 레슨장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중고교 엘리트 선수들은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사회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레슨을 진행한다. 일반학생들이 입시학원을 다니듯 최근 중·고교선수들은 레슨장에서 학교에서 다하지 못한 훈련량을 채우고 기술을 배운다. 프로야구 비시즌인 겨울에는 프로 선수들도 레슨장을 찾고 학생 선수들은 스타들의 훈련 모습을 참고한다.
이렇게 야구레슨이 전국적으로 일반화된 상황에서 이씨 외에 또다른 누군가가 수강생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씨처럼 프로 입단 혹은 대학교 진학을 빌미로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금지약물 복용을 권유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레슨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코치는 “예전부터 수도권에 위치한 레슨장에서 학생들에게 스테로이드를 권유하는 소문이 돌기는 했다. 사실일까 싶었는데 이렇게 알려지다니 큰 충격”이라며 “야구계는 선후배 관계로 넓게 얽혀있다. 금지약물 보급책 또한 공유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승부조작 사건이 그랬듯 금지약물 복용 또한 피라미드 구조의 하층에 자리한 선수들이 타깃이 된다. 최근 미국야구만 봐도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도핑 검사에 걸리는 빈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일찌감치 지명이 결정됐거나 상위 라운드 지명이 예상되는 선수들보다 프로 입단 혹은 대학 진학이 결정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은 강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KBO 관계자는 4일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와 다가오는 신인 드래프트에 앞서 드래프트 대상자의 도핑 검사를 논의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체육회에도 협조를 구해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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