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회장님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제공|현대종합상사

[스포츠서울 이주희 기자] 정몽혁 현대종합상사(이하 현대상사) 회장의 세 자녀들이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정 회장의 자녀들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장남 정두선 씨가 향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현대상사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독립한지 3년째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몽혁 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 등 현대가 오너들의 지원을 받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혁 회장의 자녀들의 주식 취득은 소량이지만 현대종합상사는 정몽혁 회장 일가의 몫이라는 것을 집안 어른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작업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업계와 현대종합상사에 따르면, 정몽혁 회장의 세 자녀들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주식 총 5만329주를 현금으로 장내매수했다. 이번 주식 취득은 정몽혁 회장의 요구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주)는 2015년 10월 1일 자로 현대종합상사(주)의 신사업부문과 브랜드사업부문이 인적분할하여 설립한 분할신설회사로서 축산물도매업 및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주력회사인 현대종합상사의 지분 19.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정몽혁 회장 163만4608주(17.96%), 누나 정일경 씨 5만4487주(0.60%), 부인 이문희 씨 5만2936(0.58%)에 이어 이번 주식 취득으로 장녀 정현이 씨 2만928주(0.23%), 정두선 씨 2만5056주(0.28%), 막내 정우선씨 4345주(0.05%)가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원한 현대맨으로 불리는 김원갑 현대종합상사 부회장도 1만4000주(2.12%)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총 21.82%다. 오너가 지분치고는 안정적이라고 할 순 없는 수준인데, 향후 자녀들의 추가 지분 매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장남 정두선 씨다.

정두선 씨는 지난 달 1일 자로 싱가포르 현대 퓨얼스(HYUNDAI FUELS PTE. LTD.) 법인장으로 발령받아 자녀들 중 유일하게 계열사 임원으로 등록돼 있다. 정두선 법인장은 2014년 현대상사 법무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사업개발팀 팀장으로 근무했다.

싱가포르 현대 퓨얼스는 기존 싱가포르 법인이 하는 일이 아닌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됐으며, 주로 선박류에 기름을 공급하는 사업을 중개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너의 자녀라면 해외지사 법인장은 필수코스다.

종합상사가 해외지사업무를 모르고 종합상사를 할 수 없는 곳인데 해외법인장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다. 이는 정두선 법인장이 경영 승계를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녀 정현이 씨는 회사에 관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차남 정우선 씨는 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종합상사는 2009년 현대중공업이 사들여 계열로 편입됐다가 2016년 계열 분리해 독립했다. 2015년 10월 현대종합상사의 신사업부문과 브랜드사업부문이 인적 분할해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분할신설 됐다. 그해 12월 현대상사 보통주 256만2000주를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정몽혁 회장은 2009년 현대종합상사 회장에 오른 후, 현대그룹의 물량 확보를 기본으로 동종업종 타사제품을 취급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몽혁 회장의 아버지 정신영 씨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이며, 정 회장이 두 살 때 독일 유학중 세상을 떠났다. 정 회장은 유학 후 정주영 회장의 권유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고 알려졌으며 사촌들의 도움으로 현대상사를 인수했다.

그는 1991년 현대석유화학 부사장, 1993년 현대정유 부사장을 거쳤고 1996년에는 두 회사의 사장자리에 앉았다. 1999년 외환위기(IMF·국제통화기금)때 현대정유화학 경영권을 내놨다.

현대상사는 현대그룹 경영권을 두고 승계 다툼이 일어나면서 최대주주가 현대자동차,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등으로 바뀌는 과정을 겪었다.

그 후 2003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고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사를 인수하면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서 벗어났고 정 회장은 친척들의 도움으로 현대상사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현대상사 전체 매출에서 범 현대가 그룹들의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75% 수준으로, 이들 그룹들을 이어주는 연결자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실적도 상승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매출액 2조2800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소폭 증가,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감소 원인은 미국 강관수출에 대해 부과된 반덤핑 관세에 따른 일회성 손실 때문이다.

현대상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6월 말 사모부동산 투자신탁 수익 증권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적극적인 대체시장 확장전략과 차량소재, 철강부문 등의 호조로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hh2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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