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1 (1)

[스포츠서울 이지석·최진실기자]유열은 명DJ로 기억되지만 당대 최고의 가수이기도 했다. 198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별이래’, ‘사랑의 찬가’, ‘화려한 날은 가고’ 등의 히트곡을 냈다.

2006년 리메이크앨범 ‘라르고’ 발매 이후 오랫동안 신곡을 발표하지 않았던 유열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일인 지난 8월 28일 ‘다섯손가락’ 이두헌이 작곡한 ‘내 하나뿐인 그대’를 발표하며 가수로 복귀했다.

-최근 앨범명 ‘라르고2’를 내걸고 신곡 ‘내 하나 뿐인 그대’를 발표했다. 2006년 리메이크 앨범 ‘라르고’ 이후 13년만의 신곡이다.

지난해 성경 공부 모임에서 그룹 ‘다섯손가락’ 출신 이두헌과 재회했다. 예전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 고정게스트도 3년을 했고, 내 마지막 앨범이었던 ‘라르고’에서도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오랜만에 보니 술도 끊고, 사람이 거룩해졌더라.

한달에 한곡씩 가스펠을 만들었는데, 올봄 이두헌이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며 만든 ‘내 하나 뿐인 그대’를 다함께 부를 시간이 있었다. 신안나 목사님이 작사에 함께 참여했는데 아들이 4월에 결혼을 한다더라. 이 노래를 식장에서 부르고 싶다고 하셔서 나와 신 목사님이 듀엣으로 부르게 됐다. 신랑 신부가 이 노래 시작 부분부터 눈물을 흘렸다. 무대를 마친 뒤 이두헌에게 이 노래를 내가 부르고 싶다고 요청했다. 나중에 들으니 원래 자기가 직접 부르려던 노래였다더라.(웃음)

8월초에 녹음을 했다. 오랜만에 녹음을 했는데 첫 녹음날은 애잔하게 노래를 불렀다. 더 담백하게 부르는게 낫겠다 싶어 열흘 후 다시 녹음을 하기로 했다. 아직 목소리가 정상적이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편도 아닌데, 다행히 두번째 녹음 날 시작부터 목소리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느껴졌다. 녹음은 만족스럽게 됐다. 가수들은 원래 자기 노래를 녹음한 뒤에는 다시 듣는 걸 불편해 한다. 단점이 두드러지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녹음한 이후 자주 듣게 된다.

-이 노래는 결혼식 축가로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을 축가로 불러 500쌍 이상을 결혼시켰다. 이번에 또 하나의 결혼 축가가 만들어진 느낌이다.

음원을 녹음한 뒤 20대의 어린 커플보다 연륜있는 커플에게 잘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짝이 신의 선물이라는 걸 깨닫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담으면 좋을 노래다. 리마인드웨딩 때 부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식 축가로 많이 사랑받을 만한 노래다.

이 노래로 연인들이 서로를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 기쁠 거 같다.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권력도 명예도 돈도 아니고,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한 것이라고 하더라.

-노래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

아내가 음대 출신이라 내겐 참 좋은 선생님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유열의 처음 소리가 회복됐다’고 말하더라.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은, 자연스러운 매력 같은 것이 돌아왔다는 의미였다. 호흡 곤란 등 여러 이유로 그동안 연습도 많이 못했는데 이 노래를 들으니 내 목소리가 회복되는 것이 느껴진다는 거였다.

‘내 하나 뿐인 그대’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에서 30년쯤 흘러 서로 연결되는 노래 같다는 지인의 평도 있었다.

-‘라르고2’라는 앨범명을 내걸었다. 신곡이 계속 나오나.

이두헌과 함께 하는 ‘라르고’ 프로젝트는 ‘관조’와 ‘절제’가 키워드다. 지향하는 건 ’슬로우라이프’다. 미니멀한 악기 구성 등을 추구한다. 앞으로도 치유와 위로의 음악을 만들게 되면 좋겠다. 한달에 한두곡씩 녹음해 내년 봄 정도에 앨범을 내는 게 목표다.

공백이 길어질 수록 새 노래 발표에 부담이 있는데 이번에 선물 같은 노래를 만나, 발표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녹음 과정도 순탄하게 두번만에 마무리됐고, 좋은 톤의 노래가 나와서 좋다.

앞으로도 ‘사랑’을 함께 나누는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다. 큰 욕심은 없다. 나누는 마음으로 노래 할 거다.

-유열의 노래 중 ‘처음사랑’이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영화에 내 음악을 넣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내 노래 중 히트곡도 아닌데.(웃음) 기술 시사회에서 내 노래가 나오는 걸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시나리오와 노랫말이 어울려서 넣었다고 하더라. 작사가 박주연의 노랫말이 살아있는 노래다. 작곡가 하광훈에게 이 노래가 영화에 나오게 됐다고 말하니 “야호~”라고 하더라.

-앞으로 가수로서 뿐 아니라 방송인 등으로 행보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여러 연락이 오는데 너무 바쁜 건 어색하고, 무리하고 싶진 않다. 지금 이런 순간, 매일매일이 선물이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선 일정을 맞춰볼 예정이다. 음악 작업에 대한 욕심도 크게 없다. 내가 행복하게, 진심을 다해 해나가는 게 목표다. 급할 건 하나도 없다. 급한 줄 알고 달렸다가 길을 잘못 든 걸 뒤늦게 깨달은 적이 많다.

늦장가를 갔는데 쉬는 기간에 자연스럽게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가졌다. 그것 또한 내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엄마, 아빠를 전폭적으로 믿는다. 서로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50대들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거라고 누가 말해주더라.(웃음)

쉴 때 초조하지 않냐는 질문도 받는데 나는 그런게 없다. 시간 자체가 사람들이 짊어진 짐이 될 때가 있는데 때론 그 짐이 버거울 때가 있다. 쉬면서 모든 시간을 들여다보고 되돌아보니 쉴 때는 그 쉼에 다 뜻이 있더라. 아플 때는 그 아픔에 의미가 있는 거고. 아파보니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겠더라. 내가 그들을 위로한다고 했지만 잘 알지 못하고 위로한 적도 많았다. 숨쉬는 게 당연하고, 말하는 것, 노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파보니 편안하게 호흡하는 게 축복이고 기적이었다. 요즘은 매일매일 일상이 기적이다. 아픔과 결핍의 시간으로 받은 선물이 많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유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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