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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다들 걱정해 주셨는데 은퇴를 안하게 돼서 다행이다.”(웃음)

박나래가 국내 여성 코미디언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선보였다. 각종 공개 코미디와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대한민국 대표 여성 코미디언으로서 대중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박나래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3일 오후 넷플릭스 오리지널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이하 ‘농염주의보’) 기자간담회가 서울 삼청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지난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농염주의보’는 박나래가 지난 5월 펼친 2시간 공연을 약 한시간으로 압축한 것. 해당 무대는 ‘청소년 관람불가’에도 예매 시작 5분 만에 2500석 전석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박나래에게도 부담되는 도전이었다. “콩트를 주로 해왔지만 쉽지는 않은 도전이었다”고 운을 뗀 박나래는 “제 이름을 건 쇼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얘기했는데 이렇게 빨리 할 줄 몰랐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생각은 아니었어서 정말 많이 부담이 됐다. 수위가 너무 쎄서 은퇴할까봐도 걱정이었지만 재미없을까봐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털어놨다.

‘농염주의보’는 박나래의 농밀한 개그 내공이 돋보이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다. 박나래의 통쾌하다 못해 파격적인 입담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실제 연애담부터 성적 농담과 욕설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상상 그 이상의 수위로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콘텐츠‘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는 박나래는 “개그라는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찡그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피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성적인 이야기를 대중이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첫 리허설 이후 ‘조금 더 쎄게 해도 되겠다’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 회를 거듭할수록 쎄졌고 관객들도 마음을 열고 웃어 주셨다. 거의 마지막 공연날에는 관객들이 귀를 씻고 가셨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농염주의보’ 방영 이후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지만, 국내 여성 코미디언의 한계를 깬 박나래의 새로운 시도라는 의미만으로도 박수를 받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놀 수 있음 놀자 주의인데 놀 수 있는 무대가 모자란 거 같다. 다들 욕망은 있는데 참고 있지 않나”라고 소신을 전한 박나래는 “제 공연을 보시고 ’속이 시원했다‘는 반응과 ’괜찮겠냐‘ ’방송 그만할 생각이냐‘는 우려가 뒤섞이긴 했다. 그럼에도 다들 박나래니까 하는 공연이라고 말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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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에선 박나래를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 코미디언으로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어느덧 14년차인 박나래. MBC ‘나혼자산다’로 전성기를 맞은 후 ‘구해줘! 홈즈’, JTBC ‘어서 말을 해’,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등에 출연 중이며 KBS2 ‘스탠드업’과 TV조선 ‘연애의 맛3’ 출연도 예정돼 있다. 최근 바쁜 스케줄로 인해 건강상에 문제로 잠시 휴식기를 갖기도 한 그는 “무명으로 10년을 놀았기 때문에 10년치의 체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기회가 감사했고 저 스스로도 건강을 많이 돌보지 못했다. 결국 10월 1일에 쓰러지긴 했지만 다행히 금방 건강해져서 술 한잔 마시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농염주의보’의 인기는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쇼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점쳐보게 한다. 코미디언이 무대장치 없이 말로만 관객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는 한국에선 늘 변두리 장르로 인식돼 왔다. 박나래는 “스탠드업 코미디라고 하면 블랙코미디, 디스, 풍자로만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본인이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소재로 코미디를 하는거라 생각한다. 정치는 전혀 모르고 누굴 디스, 풍자는 더 못한다. 그래서 잘할 수 있지만 방송에서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니 ’성‘이었다”며 “그래도 제약이 많더라. 대한민국에 연예인으로서 성적인 이야기를 쿨하게 터놓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던 거 같아 내가 한번 해보자란 마음을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개그맨으로서 저 혼자 감당해내는 무대이지 않나. 세트, 소품, 파트너도 없고 입담 하나로 웃겨야 하는 공연이라 개그맨으로서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첫 공연을 잊지 못할 거 같다”고 소감도 덧붙였다.

이어 박나래는 ‘멜로 연기’라는 남은 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전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굉장히 많은걸 하고 있고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실현되지 않은 단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격정멜로의 주인공이다. 연극과를 나와 정극에 대한 목마름 있었다. 정말 많은 감독님들께 최고수위 노출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단 한번도 연락이 오지 않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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