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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왼쪽) U-17 대표팀 감독과 정정용 서울이랜드 감독이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세미나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부산 | 정다워기자

[부산=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정정용 서울이랜드 감독은 2019년을 가장 화려하게 보낸 축구인이다. 지난 5~6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17세 이하(U-17) 대표팀 사령탑 김정수 감독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브라질에서 열린 U-17 월드컵 8강을 견인하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정 감독과 김 감독은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9 대한축구협회 세미나에서 강연자로 나서 월드컵에서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했다. 지도자들 앞에 나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과 준비 과정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다른 캐릭터, 다른 대표팀의 지도자이지만 두 리더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역사를 쓴 근거는 충분했다.

◇부드러운 정정용, 센 김정수…핵심은 규율

두 지도자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정 감독은 부드럽고 자상한 스타일이다. 아들뻘 제자들을 편하게 친구처럼 대한 수평 리더십이 각광을 받았다. 반면 정 감독은 축구계에서 유명한 무서운 선생님이다. 정 감독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선수들이 마냥 편안하게 보지 못하는 지도자다. 공통점은 있다. 두 사람 모두 규율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정 감독은 “제가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마냥 편한 지도자는 아니다”라며 “처음에는 저도 규율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첫 소집부터 일정 기간까지는 수거한다. 대신 시간이 갈수록 선수들이 규율을 잘 지키면 하나씩 풀어주는 스타일이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수들이 인식했다는 확신이 들어야 선수들이 편하게 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 생각도 다르지 않다. “U-17 선수들은 미성년자다. U-20 선수들은 프로 소속이 많아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지만 U-17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제가 세다는 것을 인정한다. 결국 규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기본을 지키려면 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강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인 중심의 팀, 전체의 힘으로 버티는 팀

정 감독은 일찌감치 이강인의 재능을 알아보고 월드컵 핵심 선수로 분류했다. 이강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겼고, 수비 부담을 덜었다. 대신 다른 선수들이 한 발을 더 뛰는 시스템으로 준우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정 감독은 “이강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그에 맞는 체제를 만들어야 했다. 이강인을 살리는 대신 발생하는 부족한 점은 팀 전술로 채우는 데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에게 맞는 전술 속에서 이강인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반대로 김 감독은 눈에 띄는 확실한 스타 없이 전체의 힘으로 버티는 팀을 조직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는 이강인처럼 특출난 스타는 없었다. 대신 다들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 맞는 팀, 스타일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회 전 에이스인 서재민이 부상 당하고 대회 중에도 일부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렸으나 8강까지 오른 원동력이었다.

◇디테일한 준비, 꼼꼼함이 만든 성공

두 지도자는 누구보다 꼼곰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기초가 되는 피지컬 관리와 영양 섭취부터 상대 분석, 전술 준비까지 코칭스태프들에게 분업해 철저하게 대비했다. 훈련은 물론이고 생활 면에서도 세심하게 어린 선수들을 관리해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는 데 주력했다. 폴란드 월드컵 당시 선수들이 체리 주스를 통해 에너지를 회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 감독도 선수들이 직접 방문 앞에 붙이는 이름표에 각오와 그림 등을 그리게 하는 등 어린 선수들에게 걸맞는 관리를 했다. 강팀과의 맞대결을 통해 발전의 계기를 삼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U-20 대표팀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등 강팀들과 대회 전 스파링을 했다. U-17 대표팀도 울산 현대 같은 프로팀과 경기를 했고, 유럽 원정에서 2~3세 이상 많은 프로 산하 클럽들과 맞대결을 경험했다. 두 사람은 “감독은 모든 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았다면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일관성, 시간이 만든 두 리더

정 감독과 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육성한 지도자다. 정 감독은 2008년 14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10년 넘에 전임지도자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김 감독도 2014년 U-20 대표팀 코치로 일했고, 이듬해 U-17 대표팀 코치로 자리를 옮겨 2017년 사령탑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해당 연령대 선수들을 관찰하고 성장세를 면밀하게 확인했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있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색깔에 맞는 선수들로 채운 것도 선수 파악이 완벽에 가깝게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불어 선수들이 감독의 철학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원팀’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 정 감독은 “결국 제가 하고자 하는 전술과 전략에 맞는 선수를 선발해야 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선수들에 대해 잘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U-17 대표팀 선수들은 골든에이지 1세대라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봤다. 장단점을 확실하게 알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었다”라는 같은 맥락의 생각을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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