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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환경은 크게 바뀌었지만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올겨울 메이저리그(ML)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군 ‘한국산 왼손 특급’ 류현진(32)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 얘기다.
류현진은 25일 토론토와 계약 완료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4년 8000만달러 보장 조건에 합의해 후속 절차를 밟기 위한 행보다. 정확히 일주일 전에는 김광현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보장액 기준)에 도장을 찍었다. 200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산 특급 왼손 투수들이 내년부터 ML에서 다시 한 번 선의의 라이벌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이들이 같은 리그 소속으로 경쟁한 것은 류현진이 ML로 떠나기전인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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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AL), 김광현은 내셔널리그(NL)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래도 ML이라는 큰 틀에서 경쟁하는데다, 내년에 두 팀이 총 4차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라 같은 공간에 있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뀐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다.
류현진이 7년간 몸담았던 LA다저스는 ML에서도 개방적인 클럽하우스 분위기로 정평이 나 있다. AL에서도 ‘죽음의 조’로 불리는 동부지구에 둥지를 틀어 클럽하우스 문화차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토론토 분위기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토는 연혁이 42년밖에 안된 젊은 구단인데다 대도시 다운타운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까지 더해 매우 밝고 경쾌한 팀 분위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한인 커뮤니티도 매우 넓어, 생활면에서도 LA와 큰 차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자유분방한 다저스 분위기에 익숙한 류현진이 이질감 없이 팀 문화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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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은 어떨까. 세인트루이스에서 두 시즌을 뛴 오승환(37·삼성)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팀이다. 보수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익숙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팀 분위기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장면은 스프링캠프 때다. 세인트루이스는 베테랑과 신인을 가리지 않고 캠프 기간에는 뛰어서 이동하는 게 원칙이다. 팀 내 위계질서도 강한편이고 전통을 중시한다. 위계와 전통을 강조하는 팀 문화는 김광현의 신인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당시 박경완 박재홍 이호준 김재현 등 베테랑이 즐비했던 SK는 ‘야구에 대한 예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김성근 감독까지 부임해 훨씬 보수적인 색채를 띠었다. 신인이던 김광현도 김원형 가득염 조웅천 등 하늘 같은 선배들에게서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자세와 품격 등을 배웠다.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KBO리그를 떠나 다른 리그에 진출한 김광현 입장에서는 선수단 행동 수칙이 분명한 세인트루이스가 오히려 조기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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