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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충격의 준우승 여파가 가시지 않은 것일까.
새 시즌 K리그1 우승에 재도전하는 울산 현대가 뒤숭숭하다. 주력 선수 연쇄 이탈이 핵심이다. 리그 최고 스쿼드를 자랑하는 전북 현대에 내준 우승컵을 되찾아오려면 ‘전력 보강’이 필수다. 그런데 보강은커녕, 중심축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체자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해 K리그1 MVP 김보경의 이탈부터 뼈아팠다. 일본 J리그 가시와에서 임대로 지난 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리그 35경기를 뛰며 국내 선수 최다 골인 13골과 9개 도움을 기록했다. 단순히 공격포인트 수치를 넘어 ‘중원의 지배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가시와가 시즌 직후 김보경과 잔여 계약을 포기하면서 전북이 재빠르게 접촉했다. 김보경은 지난 2016년 전북에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봤다. 이듬해 J리그로 복귀했는데 지난해 울산에 임대생으로 오기 전에도 전북행을 타진한 적이 있다. 변수가 없는 한 김보경은 다시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는 게 유력해 보인다. 여기에 중원의 단짝인 외국인 선수 믹스도 이탈이 유력하고 박용우는 입대했다. 울산은 올림픽 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영입하면서 급한 불을 끄려고 애쓰고 있다.
이밖에 최전방과 최후방 역시 고민거리. 지난해 리그 19골로 득점 2위를 차지한 브라질 공격수 주니오는 K리그 뿐 아니라 J리그 일부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1986년생인 그는 선수 황혼기인 점을 고려, 울산보다 나은 조건의 제의가 올 경우 움직일 태세다. 수비진에서는 주전 센터백 윤영선이 이전부터 지속해서 관심을 보인 중국 슈퍼리그 팀과 또다시 연결되고 있다. 슈퍼리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슈퍼리그 외국인 쿼터가 늘어나면서 한국산 수비수 수요가 또다시 늘어나고 있다. 윤영선은 지난해 산둥을 비롯해 여러 팀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겨울은 매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는 주전 수문장 김승규가 J리그 가시와 이적을 확정했다. 2015년 말 비셀 고베로 이적했다가 지난해 하반기 친정팀 울산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한 번 해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울산은 대체자로 또다른 국가대표 골키퍼이자 ‘FA 대어’ 조현우 영입에 근접했다.
울산은 지난 몇 년간 명가 재건을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장기적인 스쿼드를 구축하는 데 소홀했다. 대체로 임대 또는 즉시 전력감 베테랑을 영입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했다. 리그에서 챔피언에 오르고 진정으로 정상권 역량을 유지하려면 중심이 될 베테랑은 물론, 장기 활용이 가능한 우수 전력원 확보는 필수다. 그나마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김신욱, 이용, 김승규 등 공수에서 국가대표급 멤버가 오랜 기간 중심이 됐다. 그러나 이들 모두 팀을 떠났다. 지난해 통 큰 투자로 스타 플레이어 수급을 통해 ‘1강’ 전북을 흔들 대항마로 불렸지만, 오랜 기간 발을 맞춘 전북 스쿼드에 한 끗 차이로 밀렸다. 준우승 결과물은 무의미하지 않지만 울산은 모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한 만큼 2019시즌 기대가 컸다. 허무하게 ‘역전 우승’을 내주는 바람에 다소 김이 빠진 모양새다. 그럼에도 우승 재도전이라는 명분으로 팀 내 결속력을 꾀하는 게 현재 울산엔 최선의 묘책이다. 하지만 준우승 충격이 컸는지 수많은 선수가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고, 결국 센터라인서부터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울산 관계자는 “프로 세계이기에 선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대체 자원 마련에 분주한 건 사실이나 나름대로 공백을 잘 메울 카드를 확보하고 있다. 새 시즌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리라는 기대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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