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효정기자] "뷰티 유튜버를 넘어 뷰티크리에이터로서 남성 뷰티 시장을 선도하며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의 한 카페, 검은색 롱코트에 회색 슬랙스를 입은 한 20대 남성이 들어온다. 머리가 살짝 길긴 하지만 세련되게 드라이 돼 있어 스타일리시함이 돋보인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하얀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 순둥순둥한 인상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린다. 단정한 눈썹과 촉촉한 선홍빛 입술. 너무 자연스러워 인지하기 어려웠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메이크업을 했다.
뷰티 크리에이터 스완(SWAN·27·본명 김수완)은 채널을 개설한 지 1년 만에 구독자 3만 명을 모은 데다가 팬카페까지 생겼다. 무엇보다도 뷰티 유튜버 중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구독자 95%가 남자(댓글 기준)라는 점에서 남성뷰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완은 자연스러운 남성 메이크업, 즉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게 꾸미다의 줄임말)'스타일을 지향한다. 그는 화려한 색조 화장품을 소개하기보단 한국 남자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제품, 그루밍 방법, 시술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런 이유로 외모에 관심이 많지 않거나 과하게 꾸미는 데 부담이 있는 남성, 이제 막 그루밍(grooming)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뷰티 입문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채널이 성장 중이다.
◇다음은 스완과의 일문일답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스완이라는 닉네임은 무슨 뜻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들의 현실적인 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 스완입니다. 남자 분들의 현실적인 외모 관리 니즈에 맞게 과하지 않은, 그렇지만 확실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피부관리와 메이크업 방법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완'이라는 이름은 사실 별로 큰 뜻은 없습니다. 제 본명이 김수완인데, 예전에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외국인 친구들이 제 한국 이름 발음이 어려워서 저를 '스완'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그때 기억이 떠올라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스완'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 어떤 이유로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게 됐나요?
남자분들의 뷰티 분야에 관한 관심에 비해, 참고할 만한 콘텐츠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약 5년 전부터 남자 뷰티 제품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중 꽤 많은 제품들이 SNS에서 다소 과장된 광고를 통해 팔리고 있고, 많은 분들이 이런 제품들을 무비판적으로 사서 쓰시더라고요.
사실 화장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갖고 있어도 해당 광고들이 과장 광고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남자 분들이 본인에게 맞는 제품을 더 쉽고 저렴하게 찾으실 수 있다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했고, 그렇게 지난 2018년 12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 뷰티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두게 됐나요?
피부관리에 신경 쓰기 시작한 건 사실 중학교 시절부터였고, 메이크업은 고등학교 때 뮤지컬 공연을 위한 무대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약 5년간 취미로 뮤지컬을 했습니다. 그런데 무대 화장을 받으면 이목구비가 살아나면서 얼굴이 정말 극적이게 바뀌거든요. 그렇게 변화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이런 메이크업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나하나 시도해보게 됐습니다.
▶ 외고, 고려대 출신의 인재인데, 전업 유튜버가 되는데 주변의 반대도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유튜버를 전업으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작년 8월까지 한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집안에서 갑자기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겨 퇴사했습니다. 지금은 일이 정리되어서 재취업을 준비 중입니다.
궁극적인 제 목표는 뷰티 유튜버의 성공을 넘어 남성 뷰티시장을 선도하는 것입니다. 유튜브는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채널 중 하나였고요.
따라서 유튜브 채널의 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회사에 다니며 제 커리어를 쌓는 일도 같이 가져가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패션, 뷰티 관련 회사에 들어가서 전문적인 뷰티 지식을 얻고 관계자들도 알아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본인이 가진 차별성·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조금 모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선을 잘 지키는 것'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남자분들이 그루밍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은 '너무 티 나지는 않을까' '너무 과하게 보이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십니다.
이런 부분을 저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서 최대한 입문자분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복잡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뷰티 제품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어려움이 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제가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추구하다 보니, 화면에 메이크업의 효과가 잘 안 담기는 게 가장 어려운 것같아요.
저는 지난 영상과 굉장히 다른 메이크업을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애프터 사진을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이런 부분은 조명이나 촬영 기술을 통해 점점 극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이 악플에 관해 물어보시는 데, 제 채널은 이상하게 악플이나 '싫어요'가 정말 적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위에서 말씀드리는 '선을 지키는' 기술이 제가 정말 좋아서인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이 없으십니다.
악플은 정말 1000개 중에 1개 있을까 말까고, 제 영상 중에는 '좋아요'가 몇백 개 있어도 '싫어요'가 아예 없는 영상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 소개 고갈의 어려움은 없나요? 남성 뷰티제품은 왠지 한정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아직은 없습니다. 오히려 알려드리고 싶은 것들,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저도 처음에 유튜브 시작할 때는 소재 고갈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다행히도 정반대의 걱정을 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카페를 열고 나서 구독자분들이 뭘 궁금해하시는지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써주시는 글을 보고 유추하는 부분도 있고, ‘콘텐츠 제안’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감사하게도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제안해 주셔서, 앞으로도 소재가 고갈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 평소, 뷰티 정보를 어디서 얻나요?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여성 뷰티 크리에이터 분들의 영상을 통해 가장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사실 남성과 여성의 피부관리나 메이크업 방식은 큰 맥락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더 좋은 피부를 갖기위해 관리하고, 얼굴의 결점을 가리거나 이목구비를 보완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합니다. 다만, 여성 크리에이터 분들의 영상에서 일반적인 남자 분들이 느끼기에 조금 과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어떻게 하면 비슷한 내용을 조금 더 쉽게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입니다.
이 외에도 글로우픽이나 화해 같은 뷰티 커뮤니티 어플도 많이 활용하고, 얼루어 같은 잡지를 구독하고 있기도 합니다.
▶ 영상을 보면 굉장히 적나라한 비포 모습이 나와요. 망가지는 모습도 나오던데.
처음부터 그런 웃긴 모습을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다 보니 그렇게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네요.
영상에서 너무 완벽하고 갖춰진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하니 저도 너무 힘들고, 보시는 분들도 재미 없게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많은 부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촬영하니 구독자분들 반응도 더 좋고, 같은 영상을 여러 번 찾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 팬카페도 있으시더라고요.
저의 팬카페라기보다는 '남자 뷰티'를 주제로 하는 커뮤니티로서, '비욘드 그루밍'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 중입니다. 작년 9월 시작해서, 현재 2700명 정도 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회원 수 대비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뷰티 분야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제품 리뷰나 신상 정보 등 뷰티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더 뷰티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 '고수' 분들이 굉장히 많이 가입해주셔서, 그분들이 쓰시는 제품들을 보며 저도 굉장히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댓글도 하나하나 달아주고 구독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여요.
말씀해주신 작업이 사실 시간도 굉장히 많이 들고, 입문자이신 분들은 어디서부터 알려드려야 할지 막막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마냥 모른 척할 수는 없기도 하고, 수많은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영상을 다 만들 수는 없다 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답변을 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점점 구독자가 많아지다 보니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최대한 힘이 닿는 데까지는 해볼 생각입니다.
▶ 라이벌로 생각하는 유튜버가 있나요?
라이벌로 생각하는 유튜버는 없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기보다는 다 같이 공생하면서, 판을 함께 키워나가는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자 뷰티 시장 같은 경우는 성장 가능성이 정말 큰 시장이라서, 더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씬님' '유트루'님 같은 친근한 이미지와 전문성을 동시에 가진 뷰티 크리에이터 분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지만, 그와 동시에 보기 편안한 콘텐츠를 만드는 친구 같은 유튜버가 되고 싶습니다.
▶ 유튜버로써 또는 뷰티크리에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바가 있나요?
조금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남자 뷰티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남자 패션 시장이 정말 많이 성장했고, 그 중심에는 크리에이터들이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 분들이 다 같이 더 열심히 해서, 남자 뷰티 시장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뷰티는 기본적으로 남자 분들에게 약간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화장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들도 제 영상을 보시고 피부 메이크업에까지 입문하신 분들이 꽤 많습니다. 작은 걸음이지만 목표에 어느 정도 다가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팬들' 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직은 조금 부끄럽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꽤 많이 계시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선 영상 재밌게 봐주시고 칭찬해주시는 점 늘 감사하고,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드리지 못해 늘 아쉬운 마음입니다. 주변 친구분들께 관리의 즐거움을 많이 전파해주시고, 제 채널 홍보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사진 | 조효정기자, 유튜브 '스완SWAN_현실남자뷰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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