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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온국민을 ‘출구없는 트롯열차’에 태우고 질주했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종착역 직전 급제동에 걸렸다.
결승전 방송 동안 무려 770만표의 문자투표가 쏟아지며 서버에 문제가 발생, 투표집계 불가로 최종 우승자 발표를 한 주 뒤로 미루게 됐다.
앞서 TV조선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예정했던 결승전 생방송을 포기하고 지난 2일 모처에서 무관중으로 사전녹화를 마친 상황이었다.
이때문에 12일 방송은 자막과 사운드까지 이미 방송편집이 말끔하게 끝난 상태였다. 문제는 방송이 나간 3시간30분여 동안 전국에서 쏟아진 몰표였다.
결국 MC 김성주는 “오는 3월19일 방송되는 특집 ‘미스터트롯의 맛’ 토크 콘서트에서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졸음을 참아가며 결과를 보기위해 TV앞에 앉아있던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일 현장에서 합산된 마스터총점과 대국민사전응원투표에서는 이찬원이 1위, 임영웅이 2위를 기록한 상태, 국민투표 상황이 더해진 뒤 어떤 이변이 발생할지 눈길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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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방송은 결승전답게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도전자들의 진검승부로 감탄을 샀다.
이날 방송은 1라운드 ‘작곡가 미션’ 2라운드 ‘인생곡 미션’으로 진행됐다.
특히 불꽃이 튀겼던 미션은 바로 ‘인생곡 미션’이었다. 각자의 인생에 소중한 추억과 사연이 담긴 인생곡인 만큼 호소력 짙은 절창이 뽑아져나왔고, 모든 도전자가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장민호는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를 미션곡으로 골랐다.
사전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많이 망해봤다. 그러다보니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겁이 났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다 발라드 가수로 전향 다시 트로트 가수로 오기까지 그의 인생 내내 쉬풀리는 마법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승전을 앞두고 아버지의 납골당을 찾은 그는 “트로트가수로 활동하는 모습은 못 보고 돌아가셨다. 아빠, 잘하고 올게요”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후 자신감이 충만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장민호는 강약을 쥐락펴락하는 맛깔나는 가창력으로 극찬을 받았다. 이에 장윤정은 “경연을 총정리하는 것 같은 그런 무대를 보여줬다. 가수로서 너무 잘 버텼다, 고생했다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민호의 무대는 마스터 평가 최고 98점, 최저 88점을 기록했다.
김희재는 김수희의 ‘잃어버린 정’을 미션곡으로 택해 구성진 김수희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폭발력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무대를 보던 영탁은 “김수희 선배님 곡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야”라며 감탄했다. 김희재의 마스터점수는 최고 100점, 최저 85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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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바로티’ 김호중은 조항조의 ‘고맙소’를 골랐다.
결승무대를 앞두고 김호중은 그가 졸업한 경북 김천예고의 은사를 찾았다. 김호중은 “제가 이번에 ‘미스터트롯’ 결승에 오르게 됐다. 선생님 만난 뒤로 제가 다른 녀석이 됐지않나. 노래도 다시 하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파바로티의 시작’을 만들어준 서수용 교사는 “영화 ‘파바로티’에 보면 주인공 이제훈의 귀국독창회에 선생님이 참석하지 않나. 내가 네 무대를 이렇게 보게 되는구나”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호중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른 마지막 무대는 압도적인 가창력과 감성으로 큰 감동을 안겼다. 알을 깨고 나온 듯한 김호중의 완벽한 변신에 마스터들은 최고 100점, 최저 90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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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신동’ 정동원은 배호의 ‘누가 울어’를 선택했다. 결승무대에 올라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준 정동원은 ‘인생곡 미션’에서도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노래를 선사했다.
조영수 마스터는 “트로트를 잘한다는 신동들을 보면 대부분 어른들의 기교를 흉내낸다. 그런데 정동원은 그런 나쁜 습관이 하나도 없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잘 커주길 기대한다”며 호평을 내렸다. 정동원에게 마스터들은 최고 98점, 최저 87점을 줬다.
그동안 빠른 템포의 곡을 잘 소화해온 영탁은 이미자의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통해 호흡마저 숨막히는 감성 넘치는 무대를 안겼다.
가사 한 소절 한 소절 마치 말을 하듯 절제되면서도 호소력이 충만했던 영탁은 최고 100점, 최저 88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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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무대가 대부분 진한 감성을 길어올리는 다소 느린 곡들의 릴레이였다면, 이찬원은 나훈아의 ‘18세 순이’로 무대의 리듬을 완벽히 바꿔놓았다.
‘진또배기’를 통해 구수하고 흥겨운 ‘찬또’ 매력으로 여심을 저격했던 그의 타고난 선곡이었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즐겁게 무대를 소화한 그는 현장을 찾은 도전자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순이’를 찾아, 모두를 흥에 빠뜨렸다. 마스터석에서도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이찬원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이날 무대는 최고 100점, 최저 91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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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임영웅은 도성의 ‘배신자’를 선택했다.
그가 5살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곡으로, 첫소절도 부르기 전에 눈물이 터질까봐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곡이었다.
경연에 앞서 어머니의 미용실을 찾은 임영웅은 ‘내 아들이 임영웅’이라고 적힌 거대한 현수막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고운 외모의 그의 어머니는 “너 집에 냉장고에 성에는 좀 제거하지”라며 지난 방송 이야기를 했고, 임영웅은 “놀라지마 엄마. 그게 치운거야”라고 답해 웃음을 줬다.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히어로지만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 아들. 그의 엄마는 “너 왜 이렇게 새치가 많니? 늬 아버지 닮았나보다”라며 아들의 새치 염색을 해줬다.
어머니의 간절한 눈빛 속에 무대에 오른 임영웅은 차분한 인트로를 거쳐 비교적 클라이맥스가 적은 ‘배신자’를 특유의 감성으로 꽉 채워 불러내 호평 받았다.
무대를 마친 뒤에는 꾹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임영웅의 무대는 최고 100점, 최저 94점으로 ‘인생곡 미션’ 최고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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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작곡가 미션에서는 유명 작곡가들이 도전자들을 위해 직접 만든 곡들로 무대가 꾸며졌다.
장민호는 신나는 EDM이 섞인 ‘역쩐 인생’, 김희재는 칼군무를 곁들인 ‘나는 남자다’를 선보였다. 김호중은 독특한 템포의 발라드 ‘바람남’, 영탁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찐이야’, 이찬원 역시 구성진 음색을 살린 ‘딱!풀’ 등을 선보였다. 임영웅은 권투를 가미한 춤이 돋보인 ‘두 주먹’으로 호쾌한 무대를 안겼다.
대부분이 빠른 템포의 신나는 곡들로 구성된 반면 정동원은 정통 발라드 ‘여백’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완벽하게 불러내 눈길을 끌었다.
한편 3개월여 숨가쁜 레이스를 달려온 ‘미스터트롯’ 최종 우승자는 3월19일 방송에서 공개된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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