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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자신들을 향한 기대에 고스란히 응답했다. LG 상위지명 신인 듀오 이민호(19)와 김윤식(20)이 첫 잠실구장 등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작부터 각자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1차 지명 이민호는 특유의 탄력 넘치는 투구폼에서 140㎞ 중후반대의 패스트볼과 커브를 구사했다. 최고 구속 147㎞가 측정된 가운데 꾸준히 145㎞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무엇보다 처음 상대하는 선배들에게 거침없이 맞섰다. 5회초 등판한 이민호는 첫 타자 오지환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후 유강남에게 2루타를 맞았다. 이어 정주현을 바깥쪽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며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뒀다. 그런데 다음 타자 이천웅의 기습번트에 당하며 내야안타로 2사 1, 3루가 됐다. 청백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습번트가 나왔고 이민호 또한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라이트는 여기부터였다. 국가대표 3번 타자 김현수와 맞선 이민호는 세 번 연속 이천웅을 향해 1루 견제구를 던졌다. 이천웅의 리드폭도 컸지만 이민호의 견제동작도 군더더기 없었다. 이천웅은 1루에서 슬라이딩으로 귀루하며 세이프됐는데 이민호의 패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과제도 드러났다. 3루에 주자가 있자 셋 포지션에 신경쓰며 구위가 와인드업 때보다 떨어졌다. 결국 김현수에게 던진 패스트볼이 우전 적시타로 연결됐고 이어 채은성에게 던진 커브는 2루타가 됐다. 채은성에게는 2루타를 맞았지만 1루 주자 김현수가 홈에서 태그아웃되면서 이민호는 프로 입단 후 첫 실전을 마쳤다. 기록은 투구수 21개 1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숫자만 놓고 보면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투구 내용은 숫자와 정반대였다. 구위는 이날 등판한 투수 중 가장 뛰어났고 승부욕도 엿볼 수 있었다.
경기 후 이민호는 “야구를 처음 시작한 계기가 잠실구장 경기였다. 그런 잠실구장 마운드에서 피칭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타자들을 상대해봤다. 유강남, 김현수, 채은성 선배님한테 안타를 맞으면서 ‘과연 여기가 프로구나’ 생각했다. 정말 좋은 공부가 된 것 같고 다음 등판에는 좀더 생각하고 볼배합도 신경써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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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은 이민호에 앞선 3회초에 등판해 25개의 공을 던지며 2이닝 3피안타 무실점했다. 신인임에도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연속으로 커브를 던지는 배짱도 돋보였다. 포수 박재욱과 사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테마대로 마운드를 운용하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최고구속 142㎞를 기록한 김윤식은 3회초 2사후 이천웅과 김현수에게 연속안타를 맞았지만 김현수가 2루에서 태그아웃되며 이닝을 마쳤다. 4회초에는 2사 1루에서 전민수를 돌려세우며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다. 간간히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으며 신인답지 않게 네 가지 구종을 던졌다. 경기 후 김윤식은 “내 구종과 컨트롤을 테스트한다는 마음으로 등판했다. 커브를 연속으로 던진 이유도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며 “개막은 연기됐지만 날씨까 따뜻해지고 시간도 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한다. 컨디션도 캠프 때보다 잘 올라오고 있다. 데뷔 시즌 코너워크가 뛰어나고 자신감 있게 던지는 투수로 인식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서울권 1순위 1차 지명권을 행사한 LG는 잠재력에 주목하며 이민호를 선택했다. 이민호의 신체조건과 유연함 등을 고려했을 때 어느 고교투수보다 구속 향상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윤식은 좌투수가 부족한 1군 마운드에 해답이 될 수 있는 유망주로 판단하고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그리고 이날 이민호와 김윤식 모두 구단의 기대대로 각각 화끈하고 정교한 투구를 펼쳐보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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