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발표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승계 과정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출처|서울신문DB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날 오후 3시 이 부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앞서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반성·사과하라고 권고했으며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포기를 표명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향후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을 받을 일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았다”면서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고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받기 전에 승계를 언급하는 게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두고 싶었지만 외부에 밝히길 두려웠다”고 말했다. 자신의 후대까지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선포한 것이다.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창업 후 82년간 유지돼온 ‘무노조 경영’을 두고 지탄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노사 문제에 관해 시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삼성 에버랜드와 서비스 노조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 중인데 책임을 통감하며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시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등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그는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 심려를 안겨드렸다. 법과 윤리를 엄격히 준수 못했고 사회 소통 공감도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데도 부족함 있었고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라고 밝힌 뒤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경영권 승계문제 논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준법 정신이 삼성에 뿌리 내리도록 하며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위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대국민 사과의 1차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지만 삼성 측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권고안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연장을 요청해 이달 11일까지로 미뤄진 상태였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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