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LG 이민호.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두산의 경기 2020. 5. 6.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더이상 이동현, 정찬헌, 임찬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신인왕 정우영에게 투구수 제한을 걸었던 것처럼 올해도 신예 투수들의 투구수를 관리한다. 구단의 방향이 선수단에도 고스란히 녹아들면서 LG 신인 이민호(19) 또한 열흘 간격으로 선발 등판할 방침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안이 될 수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현재 5선발 한 자리에 정찬헌과 이민호를 번갈아 투입 중이다.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활 시즌을 맞이한 정찬헌과 아직 성장판이 열려있는 이민호가 바통을 터치하듯 5선발로 나선다. 지난 16일 잠실 키움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정찬헌이, 2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이민호가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오는 26일부터 타일러 윌슨~정찬헌~케이시 켈리~차우찬~임찬규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전망이다. 27일 대전 한화전 등판 후 정찬헌은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6월 2일에서 4일 사이에 열리는 잠실 삼성 3연전 중 한 경기에 이민호가 선발 등판한다. 류 감독은 “당분간은 이렇게 정찬헌과 이민호가 번갈아 등판하는 식으로 갈 것”이라며 “특히 이민호는 어린선수인 만큼 투구수 관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선발투수라면 한 경기에 투구수 100개 언저리는 가야한다. 이후 휴식을 주는 방향으로 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뚜렷한 시스템 속에서 신예 투수들의 부분별한 등판을 막겠다는 취지다. 신인시절부터 쉬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던 이동현, 임찬규, 정찬헌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정우영, 이민호, 김윤식과 같은 유망주 투수들이 오랫동안 전성기를 이어가는 그림을 그렸다. 실제로 LG 차명석 단장은 2018년 10월 부임과 동시에 신예투수들의 투구수를 제한할 것을 강조했다.

[포토] LG 정우영, 2-2 팽팽한 승부 속...7회 등판!
LG 트윈스 정우영이 14일 잠실 SK전에서 2-2로 맞선 7회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2020.05.1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난해 정우영 또한 1군 코칭스태프와 합의하에 정규시즌 투구수를 1000개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차 단장은 “지난해 정우영의 경우 1이닝당 투구수 15개, 총 70이닝 이하로 가도록 계산해 1000개 미만을 던질 것을 계획했다”며 “투수마다 제한된 투구수는 다르다. 이민호는 현재 선발투수를 하고 있다. 보직이 다른 만큼 지난해 정우영과는 제한된 투구수도 다르다”고 밝혔다. 정우영은 2019년 56경기에 나서 65.1이닝 투구수 983개를 기록했다. 차 단장은 이민호의 올해 투구수에 대한 질문에 “공개적으로 숫자를 밝히는 것은 1군 코칭스태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답변을 피하면서도 “어찌됐든 예전 우리 신인투수들과 같은 일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 이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포토] LG 정찬헌, 역투!
LG 트윈스 선발 정찬헌이 7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투하고있다. 2020.05.07.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선수에게 최고 지도자는 자신을 늘 경기에 내보내는 감독 혹은 코치다. 반대로 최악의 지도자는 자신을 1군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벤치에만 앉혀두는 감독 혹은 코치다. 선수들은 혹사논란 속에서도 중요한 자리에 자신이 기용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하려고 한다. 2008년 만 18세에 불과했던 신인 정찬헌도 그랬다. 선발과 불펜을 무분별하게 오갔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당시는 워낙 어렸고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좋았다. 책임감 같은 것도 느꼈다”며 “더블헤더 두 경기에 모두 나가게 되면 두 번 다 잘 하거나 첫 경기에서 못했을때 두 번째 경기에서 꼭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입단과 동시에 신인 선수들의 몸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더이상 이동현, 정찬헌, 임찬규와 같은 아픈 손가락이 나오지 않을 때 LG 또한 ‘승리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두루 잡을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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