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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개그콘서트’는 떠나지만 코미디는 계속돼야 한다.
1999년부터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졌던 KBS ‘개그콘서트’가 6월 3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에 들어간다. KBS는 ‘휴식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막을 내린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00년대부터 공개 코미디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개그콘서트’의 폐지설은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다만 그 마지막 과정에서 KBS가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인기가 떨어져 사라지는 예능 프로그램에게 마지막 방송은 사치라는 의견도 있지만 한때 KBS 예능은 물론 한국코미디를 대표했던 ‘개그콘서트’이기에 스포츠계의 영구결번이나 화려한 은퇴식은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작별인사는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다행히 선후배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마지막 녹화가 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녹화분은 아직 방송날짜가 확정되진 않았다.
MBC ‘개그야’와 SBS ‘웃찾사’에 이어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방송에서 개그맨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가 전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성과 명맥을 동시에 이어나가는 정도다. 하지만 이를 좀 더 세밀하게 짚어보면 ‘개그콘서트’의 중단은 공개코미디의 쇠퇴로 볼 수 있지만 한국 코미디가 끝은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한국 코미디를 대표했던 공개코미디와 이를 뒷받침했던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새로운 웃음도 계속생겨나고 있다. 특히 ‘개그콘서트’보다 먼저 폐지를 경험했던 MBC와 SBS 개그맨들은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방식의 웃음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은 많은 구독자와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콘텐츠를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 했다.
또 무대를 통해 신인을 육성해 방송 등으로 진출, 다시 공연 무대로 돌아와 관객을 동원하는 선순환을 꾀하는 개그맨들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윤형빈의 경우에는 윤소그룹을 설립해 윤형빈소극장을 운영하며 신인을 발굴 및 매년 ‘홍대 코미디 위크’를 진행하며 이런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공개코미디가 아닌 새로운 시도도 적지만 이어지고 있다. KBS는 지난 1월부터 19세 이상 관람가 신개념 코미디쇼 ‘스탠드 업’을 방송 중이고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도 오는 7월 JTBC에서 숏폼드라마 코미디 ‘장르만 코미디’를 선보인다. 배우 오만석과 개그맨 김준호, 김준현, 유세윤, 안영미 등이 출연하는 ‘장르만 코미디’는 다양한 장르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코미디의 확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여전히 다양한 세대에게 인지도나 인기를 얻기에는 방송 플랫폼이 아직은 유의미하기에 새로운 플랫폼이나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개그 신인이나 스타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도 분명히 필요하다. 그래서 공개코미디가 아닌 새로운 코미디의 틀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의 탄생도 기대볼만 하다. 과거 공개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웃음을 선사했던 개그맨과 제작진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웃음과코미디를 이어갈지 귀추가 모인다.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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