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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프로축구단을 운영해 온 10년의 유산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생겼다.
경상북도 상주시는 22일 강영석 시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올해로 연고지 협약이 끝나는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시민구단 전환 불가 방침을 전했다. 상주 구단을 중심으로 한 시민구단 전환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동안 설명회, 공청회, 타당성 조사 등 각종 절차를 무리없이 진행했고, 시민들의 지지도 확인했다. 상주시민 1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프로축구단 잔류 희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 66.7%, 반대 9.5%의 결과가 나왔다. 시민구단 전환 여부에 대해서도 찬성이 53.7%로 16.5%의 반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변수로 꼽혔던 시 지원금도 기존 13억원에서 20억원을 인상한 33억원 수준으로 요청해 K리그 구단 가운데 사실상 최소 금액의 예산을 책정했다.
K리그에서 군 팀으로 시작해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사례들이 있다. 안산(안산 그리너스FC), 아산(충남아산), 광주(광주FC) 등은 장기간 군 팀의 연고지로 활용이 된 뒤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K리그에 연착륙했다. 별다른 걸림돌이 없어 보였던 상주의 시민구단 전환은 결정권자인 강 시장이 장고 끝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강 시장은 지난 4월 열린 보궐선거를 통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면서 시정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상주시의 현안 가운데 하나인 시민구단 전환에 대해서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K리그에 신생구단 합류를 기다렸던 축구계는 짙은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차기시즌에 새로운 식구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동안 상주는 내실을 다지면서 10년간 축구단을 운영해왔고, 시민구단 전환에 대한 의지와 노력도 상당했다. 하지만 시에서 하루 아침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불가 방침을 발표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사전 협의 없는 일방통행식 발표뿐만 아니라 담화문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시민구단 전환의 키를 쥔 강 시장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강 시장은 담화문을 통해 시민구단 전환 불발의 이유로 준비 부족과 함께 구단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축구 관계자는 “강 시장이 축구를 축구 자체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석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전임 시장의 색깔을 지워버리는 행보로도 보일 수도 있다. 축구인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결정이라는 점에서 옳은 선택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상주 상무는 지난 2011년부터 상주시, 국군체육부대, 프로축구연맹의 3자 협약을 통해 K리그에 입성했다. 10년의 세월동안 강등과 승격을 거치는 등 여러 풍파에도 꿋꿋히 K리그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무엇보다 특산물인 곶감으로 대표됐던 도농복합도시 상주시에서 축구단 운영을 통해 인지도 상승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열매를 맺었다. 최근 상주시는 탄탄한 축구 인프라를 통해 전지훈련지로 주목받았고, 아마추어 대회 유치에 성공을 하면서 축구 도시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상주시의 결정을 이제 되돌릴 순 없다. 상주시가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을 위한 용기있는 결단을 내린 것인지는 결국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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