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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서울 김용일·홍승한기자] “지훈이랑 사진 찍으면 쭈글이가 될 텐데(김영광)”
“형 무슨 말씀을…지금도 아주 멋진데!(노지훈).”
인생은 작은 인연으로 아름다워진다고 했다. 축구, 그중 특수 포지션으로 불리는 골키퍼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던 둘은 온라인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성연(星緣)처럼 끈이 이어졌다. 어느덧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강한 신뢰가 느껴졌다. ‘프로 19년 차’로 두 차례 월드컵(2006 독일·2010 남아공)을 경험한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김영광(37·성남FC)과 ‘트로트 대세 스타’로 거듭난 노지훈(30) 얘기다. 이들은 스포츠서울 창간 35주년을 기념해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함께 인터뷰할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다”고 입을 모으며 웃었다.
마주한 날은 때마침 김영광이 역사적인 K리그 500경기 출전 역사를 쓴지 이틀 후인 지난 8일. 김영광의 소속팀 성남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모처럼 만났다. 오후 훈련을 갓 마친 김영광은 ‘등번호 500’이 새겨진 기념 티셔츠를 들고나와 노지훈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나란히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했는데 형 김영광은 동생 노지훈의 ‘연예인 미모’를 언급하더니 “우리 와이프가 TV 보면서 지훈이 잘 생겼다고 여러 차례 얘기하더라. 결혼하기 전엔 나 같은 외모가 좋다고 했는데…”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민망한 표정을 지은 노지훈은 “형은 20대 때 그대로다. 어떻게 이렇게 늙지 않느냐”고 화답했다.
청소년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인 노지훈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골키퍼 장갑을 끼고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낸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당시 함께 대표 소집 훈련을 했던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나 중학교 1년 후배인 노동건(수원 삼성) 등 현역 골키퍼와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김영광은 동시대에 활약한 동료는 아니다. 나이도 일곱살 차이가 난다. 그런 둘을 이어준 건 ‘추억의 미니홈피’. 15년 전 ‘중3 노지훈’은 아테네 올림픽 대표를 거치며 월드컵을 바라보던 ‘대세 수문장’ 김영광의 미니홈피를 찾아가 용기를 내 장문의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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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야’ 방명록이 없었다면
김영광(이하 김) : 그때 방명록에 글 쓴 거 기억나는지 모르겠네. 너무나 진심이 담긴 글이어서 아직도 생생하다.
노지훈(이하 노) :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 있겠나. 중3 때 내가 무릎을 다치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였는데 사실 그만두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영광이 형 미니홈피를 찾아가서 ‘비밀이야 방명록’을 통해 고민을 적었는데 정말 답장을 그렇게 길게 해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나도 무릎 수술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선수 생활 잘하고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김 : 지금까지 신조가 ‘하루하루 후회 없이, 안되면 될 때까지!’인데 그때도 이 얘기를 똑같이 한 기억이 난다.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스스로 질문해보라고. 지금도 난 실천하고 있는데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 청소년 대표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그때만큼 운동 못 할 것 같다. 그만큼 온 힘을 다한 것 같아서.
노 : 영광이 형은 정말 롤모델이었다. 내가 골키퍼로는 키가 큰 편이 아니었다. 영광이 형은 정말 독보적인 순발력과 방어력으로 자신의 신장(183㎝)을 극복하더라. 당시 ‘나중에 꼭 국가대표가 돼서 형 밑으로 가겠다’고 한 기억이 난다.
◇어? 설마 했는데…그 노지훈이라니김 : 그러다가 나중에 우연히 TV를 보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축구 선수 출신 노지훈이라고 나오더라. 그때 ‘어? 설마 노지훈이 그 노지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먼저 연락이 오더라.
노 : 맞다.(웃음) 그러고 보니 그때도 미니홈피 도움을 받았다.
김 : 그때 정말 소름이 끼치더라. 중3 시절 노지훈의 방명록 글이 떠오르면서…. 우리 곧바로 연락처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 사실 난 TV를 원래 잘 보지 않았는데 와이프가 ‘노지훈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더라. 그러면서 너무 잘 생겼다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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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선배 ‘비’ 만큼이나 아우라가
김 : 실제로 만나기까지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나도 소속팀, 대표팀 오가면서 바쁘게 보냈고 지훈이도 아이돌 활동도 하고 그러느라.
노 : 정말 그렇다. 실제로 만난 건 5년 전인 것 같다.
김 : TV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까 감회가 새롭더라. 지훈이가 저렇게 잘생긴 동생이었구나. 하하. 나보다 키도 더 커서(186㎝) 정말 놀랐다. 그런데 처음 만났지만 이전에도 본 것처럼 친근하더라.
노 : 가수로 롤모델이 비 선배다. 한 번 콘서트에 초대받아서 실제로 뵌 적이 있었는데 정말 ‘큰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영광이 형 처음 봤을 때도 비슷했다. 아우라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더라.
김 : 나 처음 보면 무섭다는 사람이 많아서. 사실 그렇지 않은데?
노 : 카리스마가 워낙 느껴져서.(웃음) 정말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인데.
◇지훈아, 안티 팬도 네 사람으로 만들어노 : 형 얼마 전 500경기 출전 정말 축하한다. 어릴 때부터 형을 지켜본 팬으로 앞으로도 변함없는 활약 해달라.
김 : 500경기를 뛰기까지 쉽지 않았다. (올해 자유계약으로 풀린 뒤) 진로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성남 김남일 감독께서 불러주셨지. 내가 신인 때 성남전에서 잘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셈인데, 지금 성남 유니폼을 입고 뛴다니 정말 뜻깊은 것 같다.
노 : 나도 형처럼 롱런하는 가수가 돼야 하는데.
김 : 지훈이는 유명 연예인이 됐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순수한 모습 그대로다. 그런 순수한 자세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 같아서 오랜 기간 사랑받지 않을까.
노 : 더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 형이 팬을 대하는 모습도 배울 게 참 많다. ‘김영광 팬’은 정말 오래가더라.(웃음)
김 : 난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은 내가 부진했을 때 어느 팬이 내 SNS에 찾아와 심하게 질타한 적이 있다. 그때 ‘이제 저도 애 아빠인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속상하지 않느냐’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분이 ‘정말 죄송하다’면서 끝까지 나를 지지하겠다고 하시더라. 아직도 그분과 연락한다.
노 : 영광이 형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상상이 간다. 안티 팬이 무언가 지적하면 그것을 극복해서 영상 등을 찍어서 보낼 사람 아닌가.(웃음)
김 : 그것보다 안티 팬도 내게 관심이 있기에 그러는 게 아닐까.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정말 적도 내 편이 되더라.
노 : 연예계 생활에 참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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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노래 잘하잖아…무대에서 듀엣하자
김 : 앞으로 지훈이 연예 기사 댓글은 내가 먼저 달아야겠다.
노 : 하하. 나도 K리그 경기장에 자주 오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K리그 홍보대사 활동도 꿈꾸면서 여러 콘텐츠도 그리고 있다.
김 :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노 : 형 시즌 끝나면 같이 방송하는 것 어떠냐. 아, 그러고 보니 형이 노래를 잘하는데!
김 : 괜히 너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와이프도 말릴 것 같다.
노 : 그런 게 어디 있나. 나중에 무대에서 듀엣 한 번 했으면 좋겠다. 연말에 K리그 시상식장에 초대해주시면 듀엣 파트너로 형을 지목하겠다.
김 : 틈틈이 연습해야 하나. 사실 주변에서 (노래 부를 때) 목소리는 나쁘지 않다더라. 하하
노 : 오랜만에 형을 다시 봐서 너무나 반갑다. 그저 부상 조심해서 형 경기 오래볼 수 있게 해달라.
김 : 나도 이렇게 훈련하는 곳까지 와줘서 고맙고 미안하다. 지금처럼 순수한 지훈이 모습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는 가수가 되기를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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