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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챔피언조’로 꽤 자주 최종라운드를 치렀지만 9번이나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챔피언조에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첫 5개 홀에서 버디 4개를 잡아내 단독 선두로 올라설 때까지도 ‘준우승 전문가’다운 활약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산 4승을 따낸 승부사와 연장전에 돌입하자 ‘이번에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김지영2(24·SK네트웍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 미소는 2차 연장 이글퍼트로 돌아왔다. 2017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3년 1개월 여 만에 개인통산 2승을 달성한 짜릿함은 이내 눈물이 됐다.
김지영이 ‘준우승 전문가’ 설움을 딛고 생애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28일 경기도 포천힐스에 위치한 가든·팰리스코스(파72·650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7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연장 혈투 끝에 박민지(22·NH투자증권)를 제압하고 우승상금 1억 4000만원을 따냈다. 자신에게 생애 첫 우승을 선물한 주관사를 후원사로 둔 후배에게 독수리 발톱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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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까지 선두 이소미(21·SBI저축은행)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였던 김지영은 2번부터 5번홀까지 4연속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12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박민지에게 공동선두를 내줬지만, 13, 14번홀에서 다시 한 번 연속버디를 잡아 우승 열망을 키웠다. 14번홀(파3)에서는 15m짜리 롱퍼트를 버디로 낚아 주먹을 불끈 쥐었다. 1타차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김지영은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은 박민지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그는 “멘탈코치 도움도 받고 스윙 교정도 하면서 시즌을 준비했지만, 솔직히 시즌을 시작하기 두려웠다”고 돌아봤다. 만년 2인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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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연장에서 나란히 버디를 낚아 18번홀에서 2차연장에 돌입했다. 박민지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왼쪽 경사면으로 날아간 반면 김지영의 샷은 홀 6m 거리에 멈춰섰다. 박민지가 버디퍼트를 남겨둔 뒤 김지영이 퍼트를 했고, 공은 홀과 깃대 사이에 잠시 멈추는 듯 하더니 그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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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준우승 네 번을 포함해 9번이나 준우승 설움을 겪었던 김지영은 크게 환호한 뒤 이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준우승만 하다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너무 우승 욕심만 내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며 “이번대회는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플레이 했다. 긴장이 하나도 안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유)소연 언니(30·메디힐)가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좋은 기운이 너에게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대로 된 것 같다. 첫 우승은 얼떨떨했는데 두 번째 우승은 멋있게 하고 싶었다. 이글로 우승했으니 나름 멋있는 우승이 된 것 같다”며 비로소 웃었다.
한편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이소미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더라면 연장에 합류할 수 있었으나 오히려 1타를 잃고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시즌 상금 선두 김효주(25·롯데)는 이날 9번 홀까지 마친 뒤 목 통증으로 기권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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