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사실 영화도 영화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 됩니다.”

양우석 감독의 마음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 듯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그리고 사상 초유의 장마까지 더한 극장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 속 개봉한 ‘강철비2:정상회담’(이하 강철비2)는 한반도의 상황을 정공법으로 들여다본 문제작이기도 하다. 양우석 감독은 “이렇게 비가 오래 내린 적은 없는데… 지금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해 피해 지역 복구 등인 것 같다. 더 많은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는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차분히 말했다.

그 어느 때 보다 올 여름 극장가는 힘들었다. 개봉작을 선보이는 것 역시 쉽지는 않았다. 또한 양우석 감독의 영화는 ‘변호인’(2013년)부터 시작해 ‘강철비’(2017년) 그리고 이번 ‘강철비2:정상회담’까지 현실감 있는 내용과 특별한 메시지들이 있었던 만큼 궁금증은 더했다.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에 정우성이, 북 위원장에 유연석이 캐스팅됐다. 무엇보다 남과 북을 대표하는 인물에 정우성과 유연석이라니. 어색하고 이상했다. 싱크로율이 너무 맞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양 감독 역시 이에 대한 설명을 계속해야했다.

양우석 감독은 “유연석 배우 역시 제안을 했을 때 ‘이 역할은 (곽)도원이 형이 해야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싱크로율을 깨려고 캐스팅을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만족을 한다”고 웃으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났을 때 삼형제같은 모습이였으면 했다. 정우성이 인내심 많은 둘째 형이라면, 막내 유연석은 귀여운 동생 같은 이미지였다. 적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우석 감독의 의도는 그랬다. 영화를 봐야 아는 것들이지만, ‘강철비2’에는 정우성이 나오는 화면이 90% 이상 차지한다. 모든 인물의 연결 고리이자, 가장 많은 촬영을 해야했다. 정우성의 깊은 눈빛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아른거렸지만, 현장에서 사람들을 아우르고 체력도 있어야 하며 스타성이 있는 배우는 정우성이 유일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시선도 유연석을 선택하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는 “평화 모드로 갈 때는 간쓸개 다 내주지만, 반대에선 다른 상황에 직면한다. 간극이 너무 컸고, 한가지의 모습으로 규정짓기에는 너무나 다양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지킬앤 하이드’였다. 전혀 다른 인물, 유연석씨를 캐스팅했고 적중한것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정우성 유연석

입봉작인 ‘변호인’에서 1000만 관객이라는 성과를 낸 까닭에 양우석 감독은 시작부터 ‘흥행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동시에 이 작품을 찍고 나서 블랙리스트에도 올랐다. 양 감독은 ‘압박을 받아 다음 영화는 못찍을 줄 알았다’며 이제야 웃으며 얘기를 하지만, 이후 두 편의 영화가 세상밖에 나오기 까지 쉽지는 않았다. 그러한 까닭에 그는 입봉 작품에 보내준 관객들의 응원과 함께 영화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강철비’ 시리즈에 대해 만족감을 보였다.

“경영계 최대 화두는 시뮬레이션 능력의 극대화라고 들었다. 미국이 9·11테러가 터진 다음에 제일 먼저 반성한 점이 ‘정부 예산으로 몇백억 달러를 쓰는 우리는 왜 테러리스트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느냐’는 점이었다. 바로 상상력이 국력이라는 점이다. ‘강철비’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내용으로 보면 판타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이후의 상황에 대비를 하자는 게 저의 생각이다.”

양우석 감독은 “나는 제일 필요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변호인’이 시작이었고, 북한과의 관계 및 핵전쟁에 대해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관객들에게 일종의 ‘이러한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단다. 때문에 그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는데, 역시나 ‘양우석 스러운’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얘기일 것 같다.

양 감독은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갑자기 벌어졌을 때, 기업의 존망이 결정될 수 있었다. 개인이 미리 유서를 써보는 것도 시뮬레이션의 일종이다”면서 “제 다음 영화는 가족 이야기”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30~40년 새 대한민국 연간 출생아가 4분의 1로 줄었다. 그 위험성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족에 대한 고찰과 아이에게 어른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영화는 가상이라고 해도 돌려서 어느정도의 결론을 내주지 않나. 70대 할아버지와 30대 40대 그리고 10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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