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안은재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을 두고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협력 의지를 피력하며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철도 연결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정부는 백신 확보와 치료제 조기 개발을 비롯해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경축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 해외 동포 여러분 , 광복 75주년을 맞은 오늘 ,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나라의 독립을 이룬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정신을 되새깁니다 .
오늘 경축식은 생존 애국지사님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
임우철 지사님은 101세이시고 , 다른 세 분도 백수에 가까우신 분들입니다 .
어떤 예우로도 한 분 한 분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발전과 긍지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
지금 우리 곁에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님은 서른한 분에 불과합니다 .
너무도 귀한 걸음을 해주신 임우철 , 김영관 , 이영수 , 장병하 애국지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힘찬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
우리의 광복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 함께 일어나 이룬 것입니다 .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모든 분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
선열들은 '함께하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 '는 신념을 '거대한 역사의 뿌리 '로 우리에게 남겨주었고 ,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함께 위기를 이겨내며 우리 자신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지금 기후이변으로 인한 거대한 자연재난이 또 한 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이 역시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을 비롯하여 재난에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재난에 맞서고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또한 기상이변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까지 대비하여 반복되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국민안전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습니다 .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어주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며 , 오늘의 위기와 재난을 반드시 국민과 함께 헤쳐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
국민 여러분 , 오늘 우리가 모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조선시대 훈련도감과 훈련원 터였습니다 .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 ,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바뀌었고 오랫동안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땀의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
그 가운데 식민지 조선 청년 손기정이 흘린 땀방울이야말로 가장 뜨겁고도 안타까운 땀방울로 기억될 것입니다 .
1935년 경성운동장 , 만 미터 경기 1위로 등장한 손기정은 이듬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 금메달 수상자 손기정은 월계수 묘목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고 , 동메달을 차지한 남승룡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습니다 .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위대한 승리였지만 승리의 영광을 바칠 나라가 없었습니다 .
우리의 독립운동은 나라를 되찾는 것이자 동시에 개개인의 존엄을 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
우리는 독립과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을 수립하는 혁명을 동시에 이루었습니다 .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 국민의 노력은 광복 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
우리는 원조를 받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고 , 독재에 맞서 세계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인권을 억압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우리는 자유와 평등 , 존엄과 안전이 국민 개개인의 당연한 권리가 되는 '나라다운 나라 '를 향한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
우리 국민들은 많은 위기를 이겨왔습니다 .
전쟁의 참화를 이겨냈고 ,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습니다 .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위기도 국민들과 함께 이겨냈습니다 .
오히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 '을 이루며 일부 품목에서 해외투자 유치의 성과까지 이뤘습니다 .
코로나 위기 역시 나라와 개인 , 의료진 , 기업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극복해냈습니다 .
정부는 방역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국민들은 정부의 방침을 신뢰하며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빠르면서도 정확한 진단 시약을 개발했고 노동자들은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방역물품을 생산했습니다 .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 , 국민과 기업 하나하나의 노력이 모여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고 전세계가 인정하는 모범이 되었습니다 .
그러나 여전히 더 높은 긴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
정부는 백신 확보와 치료제 조기 개발을 비롯하여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
국경과 지역을 봉쇄하지 않고 경제를 멈추지 않으면서 이룬 방역의 성공은 경제의 선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방역의 성공이 있었기에 정부의 확장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이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올해 OECD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 GDP 규모에서도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우리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제 우리는 '이웃 '의 안전이 '나 '의 안전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한국판 뉴딜 '을 힘차게 실행하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 날개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혁신하고 , 격을 높일 것입니다 .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입니다 .
'한국판 뉴딜 '의 핵심을 관통하는 정신은 역시 사람 중심의 '상생 '입니다 .
'한국판 뉴딜 '은 '상생 '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며 , '고용·사회 안전망 '을 더욱 강화하고 , '사람 '에 대한 투자를 늘려 번영과 상생을 함께 이루겠다는 약속입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우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
국민 여러분 , 2016년 겨울 ,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채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헌법 1조의 정신이었습니다 .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촛불을 들어 다시 한 번 역사에 새겨놓았습니다 .
그 정신이 우리 정부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
저는 오늘 ,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입니다 .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
정부는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
결코 우리 정부 내에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께 드리고 , 확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우리는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 ,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나 조국을 잃고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을 기억합니다 .
그 눈물겨운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
조국은 동포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 그분들은 오히려 품삯을 모으고 , '한 숟갈씩 쌀 '을 모아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며 해외 독립운동의 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
우리는 해방된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도 끝까지 기억해야 합니다 .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했는지 ,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
그만큼 성장했고 ,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
2018년 4월 30일 , 가나 해역에서 피랍되었던 우리 선원 세 명이 구출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
2018년 7월에는 리비아 무장괴한들에게 피랍된 우리 국민이 , 2020년 7월에는 서아프리카 베냉 해역에서 피랍된 선원 다섯 명이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
코로나 상황에서도 군용기를 이라크에 급파하여 우리 근로자 293명을 국내에 모셔왔습니다 .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일곱 개 나라에는 특별수송기와 군용기 , 대통령전용기까지 투입해 교민 2천 명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송했고 , 전세기를 통해 119개국 , 4만 6천여 명에 이르는 교민들을 무사히 모셔왔습니다 .
3· 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해외 독립유공자 다섯 분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신 것도 뜻깊습니다 .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
2005년 네 분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징용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 '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집니다 .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함께 소송한 세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 " 하셨습니다 .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입니다 .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
국민 여러분 , 동대문운동장은 해방의 환희와 남북분단의 아픔이 함께 깃든 곳입니다 .
1945년 12월 19일 , '대한민국임시정부 개선 전국환영대회 '가 열렸고 그날 백범 김구 선생은 "전 민족이 단결해 자주·평등·행복의 신한국을 건설하자 "고 호소했습니다 .
그러나 1949년 7월 5일 , 100만 조객이 운집한 가운데 다시 이곳에서 우리 국민은 선생을 눈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
분단으로 인한 미완의 광복을 통일 한반도로 완성하고자 했던 김구 선생의 꿈은 남겨진 모든 이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
진정한 광복은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삶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했고 ,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입니다 .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들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랍니다 .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공동체 , 경제공동체와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랍니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입니다 .
남북 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있어서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입니다 .
남북 간의 협력이 공고해질수록 남과 북 각각의 안보가 그만큼 공고해지고 , 그것은 곧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
'판문점 선언 '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
남북이 공동조사와 착공식까지 진행한 철도 연결은 미래의 남북 협력을 대륙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 '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 해외 동포 여러분 , 국가를 위해 희생할 때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 , 재난재해 앞에서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 이국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국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 개개인의 어려움을 국가가 살펴줄 것이라는 믿음 ,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
이러한 믿음으로 개개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
국가가 이러한 믿음에 응답할 때 나라의 광복을 넘어 개인에게 광복이 깃들 것입니다 .
식민지 시대 한 마라톤 선수의 땀과 한 ,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탄식이 함께 배어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역사의 지층 위에 오늘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
100년 전 시작한 민주공화국의 길 너머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향해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
선열들이 꿈꾼 자주독립의 나라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향해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eunjae@sportsseoul.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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