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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where…’. 제공|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사람들이 더이상 시(詩)를 읽지 않는 시대, 시의 세계에 오감으로 빠져들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새롭게 문을 연 전시공간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개막한 조소희 개인전 ‘시간을 은유하는 작품 제목’전이다. 조소희 작가가 하루에 한 작업씩, 매일매일 써내려간 인생 프로젝트가 가득 펼쳐져 있다.

전시는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시간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시적이다. 시간은 조소희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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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편지-인생작업’. 제공|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작업은 2층 전시장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빨간 그물이다. 마치 커다란 그물로 시간을 낚아 가둬 놓은듯한 작품 ‘…where…’는 가까이 가서 보면 그물을 이룬 것이 아주 가느다란 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간을 잡으려는 노력은 이토록 허술하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에둘러 이야기해준다.

조소희 작가는 “시간에 관한 끈질긴 탐구에도 불구하고 삶의 축이 되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 없이 일상을 살아가고, 시간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음에도 정작 시간이 무엇인지 아직 명백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 “시간에 대해 유일하게 아는 바는 내가 단지 그것 안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층에는 작가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편지-인생작업’이 놓여있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시절인 2007년부터 매일 1~2장의 편지를 타자기로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 13년만인 지난해 말 1만장이 모였고, 이번 전시에 그 1만장의 편지를 모아놓았다. 작가는 자신의 일생에 걸쳐 매일 한 통씩 편지를 쓴 뒤 인생 마지막에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퍼포먼스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긴 시간으로 보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헛될 수 있지만, 오늘 우리는 오늘치 시간을 충실히 보고 듣고 만져야 한다고 전시장의 모든 작업들이 소근소근 말을 건넨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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