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청률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집콕족’의 증가로 TV 시청률이 일제히 상승세지만 방송가는 잇달아 제작이 멈추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재확산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록적인 장마에 연이은 태풍까지 덮치면서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콕’(집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경우)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TV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 지난달 22~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로 격상된 29~30일 주말에 드라마, 예능 시청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평소 8~9% 시청률을 기록하던 MBC ‘놀면 뭐하니?’는 22일 11%, 29일엔 13.3%로 대폭 상승하며 연이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JTBC ‘히든싱어6’는 28일 9.6%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이날 MBN ‘보이스트롯’은 시청률 12.5%로 MBN 역대 시청률 신기록을 세웠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도 4%대에서 30일 5.5%로, MBC ‘복면가왕’도 10.3%,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도 9.1%로 시청률이 상승했다. 이 외에도 KBS2 ‘1박2일 시즌4’, SBS ‘집사부일체’,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구해줘 홈즈’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등 모두 전주 대비 상승했다.

드라마 역시 수혜를 입었다. 연일 최고 시청률을 자체 경신하며 화제몰이 중인 KBS2 주말극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30일 36.5%로 자체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8일 첫 방송한 SBS 금토극 ‘앨리스’는 6.1%로 출발해 이튿날 9.2%로 시청률이 3%P 이상 뛰었다. 스포츠나 레저, 공연 등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TV 앞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방송가는 이같은 시청률 상승을 호재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률 상승은 반갑지만, 반짝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도미노 결방으로 인한 편성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라고 귀띔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

당시엔 음악방송을 무관중 방송으로 전환하고 야외 촬영 정도만 제작을 중단했지만 지금은 드라마 촬영까지 대부분이 멈추면서 현재 방송가는 셧다운을 우려하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KBS, JTBC, tvN 등에서 준비 중이던 다수의 신작 드라마들이 출연 배우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자 촬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여서 결방 혹은 편성 일정 변경이 앞으로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KBS는 ‘도도솔솔라라솔’을 포함한 후속 수목드라마는 편성 일정이 조정되고 ‘비밀의 남자’는 첫방송이 일주일 밀렸다.

예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BS는‘집사부일체’와 ‘런닝맨’, ‘불타는 청춘’의 촬영을 한차례 취소했고 KBS도 ‘1박2일’ 제주도 편 촬영을 취소해 2주간 공백이 발생하게 됐다. tvN은 ‘서울 촌놈’ 촬영을 지난달 31일까지 중단했다. 추석을 목표로 ‘2020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를 준비하던 MBC는 실내경기를 전면 취소했다. 방청객 녹화를 강행하던 ‘히든싱어6’도 녹화 일정과 방법 등을 재검토 중이다.

문제는 방송의 편성은 광고 단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본방송 편성이 어려울 경우 방송가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촬영분이 바닥나면 결방이나 재방송 빈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시청률 하락도 문제지만 광고 단가 하락도 피할 수 없다. 인기 예능의 경우에는 광고 단가가 수억에 이르는데 안그래도 제작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올초에 이어 이번에도 광고 이익이 떨어진다면 손해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 음악방송이나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 관중을 동원하는 방송들이 촬영을 강행하는 이유 역시 광고 수익 문제와 직결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촬영 중단이나 결방 시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 최대한 방역 수칙을 지켜나가며 촬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 예능 PD는 “실내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집합금지 기준을 준수하면서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모로 무리가 있지만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예능은 광고비 문제 때문에 무관중을 택하거나 방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라도 녹화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속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PD는 “야외 촬영이었다 취소를 할 경우 위약금도 만만치 않다. 대관을 했다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서 앞으로 촬영에 있어서도 막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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