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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시즌 초반 무릎 수술 악재를 딛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투구 내용이 향상된 것은 물론 심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자신이 왜 향후 10년을 책임질 마무리투수인지 다시 증명하고 있는 LG 고우석(22)이다.
최근 고우석의 투구는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1일 잠실 한화전 1이닝 1실점 후 11경기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11경기 12.2이닝 동안 맞은 안타도 3개에 불과하다. 묵직한 패스트볼의 구위와 제구가 두루 향상된 것은 물론 약점으로 꼽혔던 슬라이더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LG 류중일 감독은 “우석이가 예전에는 단순히 공만 빠른 투수였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필요할 때는 삼진을 잡는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10년 큰 문제없이 든든히 뒷문을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우석은 10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볼넷은 7개, 탈삼진은 22개를 기록했다. 볼넷 하나당 3.14개의 삼진을 잡고 있다. 풀타임 마무리투수 첫 해 였던 지난해에는 2.53개였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투구 템포도 더 빨라졌고 안타를 맞은 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4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고우석으로부터 기량이 향상된 비결과 올시즌 막바지를 치르는 각오를 들었다. 다음은 고우석과 일문일답.
-3일 경기 등판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8회말 홈런 후 어떻게 준비했나.혹시 모르니까 주자가 두 명 나갈 때부터 몸에 열을 내면서 마음의 준비는 했다. 그런데 바로 3점 홈런이 나왔고 바로 글러브 잡고 공 던지러 불펜으로 갔다. 보통은 등판 전에 20개에서 25개 정도 던진다. 어제는 8개 던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8회 1사에서 나가는 것보다 급박하게 준비하고 나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구 내용은 좋았다. 구속도 잘 나왔다.
불펜에서 던지는데 스트라이크가 안 들어갔다. 큰일났다고 생각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만 생각하고 던졌고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왔다.
-노진혁을 헛스윙 삼진처리한 패스트볼은 구속이 155㎞였다. 구단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찍혔나?구단 트랙맨 구속이 후하게 나오는 편인데 트랙맨으로도 155㎞였던 것 같다. 사실 구속은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트랙맨으로 156㎞까지 나온 적이 있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부상 복귀 후 가장 돋보이는 게 슬라이더 제구다. 재활 과정에서 특별히 제구에 신경을 썼나?재활 중에도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공을 잡았다. 의자에 앉아서 직구와 변화구를 두루 던졌다. 재활 코치님께서 말리실 정도로 던진 것 같다. 그렇게 훈련한 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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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비교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올해라고 본다. 그저 늘 오늘이 최고 컨디션일수 있게 준비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최근 컨디션이 좋다고 느끼고는 있다.
-마운드 위에서 표정 변화가 점점 더 없다. 오승환과 같은 느낌도 든다.어릴 때부터 투수는 포커페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늘 무덤덤하고 냉정해야 한다. 습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좋아하면 (임)찬규형이 얘기해준다. ‘너는 더 묵직하게 가야한다’고 한다. 글러브 한 번만 쳐도 표현이 많다고 하더라.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8회 등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불펜투수들은 8회 나오고 9회 또 나올 때 리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일단 8회 등판하는 것 차체는 괜찮다. 이후 휴식을 주셔서 크게 부담은 못 느낀다. 물론 1이닝 이상 소화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빼먹은 시간이 많아서 책임감 갖고 나가고 있다. 8회 나가고 9회 또 나가면 긴장감이 풀릴 때가 있다. 그래서 8회가 끝나고 난 후에도 최대한 감각과 긴장을 유지하려고 한다.
-슬라이더가 좋아진 것 외에 삼진숫자가 늘어난 특별한 비결이 있나?2스트라이크까지는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데 신경쓴다. 인플레이 타구 나오면 우리 수비가 좋으니까 운에 맡긴다. 2스트라이크까지 가면 조금 삼진 의식을 한다.
-삼진을 잡는 볼배합을 포수에게 요구할 때도 있나?특별히 요구하기 보다는 점점 더 (유)강남이형, (이)성우 선배님과 호흡이 잘 맞는다. 나는 경기 후반에 나가는 투수기 때문에 타자들의 타이밍은 포수가 더 잘 안다. 그래서 포수를 믿고 가는데 내가 생각한대로 사인이 나올 때가 많다. 3일 경기에서도 슬라이더 타이밍이지만 패스트볼을 생각했는데 성우 선배팀이 딱 패스트볼 사인을 내셨다. 서로 호흡이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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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경기 중 유일한 적시타가 김하성에게 맞은 것이다.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나?
머릿속에는 김하성 선배한테 맞은 것 외에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박병호 선배한테 맞은 홈런도 남아있다. 하지만 안타는 맞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보다는 앞으로 올 상황만 생각하고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다.
-정규시즌 막바지다. 포스트시즌 생각도 날 것 같다.그렇다. 이제 바람도 좀 불고 포스트시즌 느낌이 든다. 40경기 좀더 남았는데 부담을 갖기보다는 정규시즌 막바지에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느낌이 든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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