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이른바 ‘배터리 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승기를 잡은 LG화학은 별개로 ‘특허 소송’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정황이 나왔다며 ITC에 추가적으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기술을 훔쳐가 특허를 등록한 것도 모자라 소송까지 제기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억지주장”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을 띄게 됐다. 이 게임의 승패는 ITC의 판단으로 갈릴 전망이다.

LG화학은 6일 SK이노베이션에 “제발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임해달라는 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당부”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일 “LG화학은 억지주장을 멈추고 소송에 당당하게 임해달라”며 낸 입장에 대한 반박이다.

이번 논쟁은 SK이노베이션의 자동차 배터리셀과 관련된 ‘994특허’(2015년 6월 출원)에서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3일 “LG화학이 994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LG화학은 “994특허는 자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선행기술”이라며 지난 5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의 관련 컴퓨터 및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대상으로 포렌식을 요청했으며 지난달엔 SK이노베이션의 고의적 증거인멸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LG화학은 2013년 12월 994 기술이 탑재된 A7배터리 셀을 크라이슬러에 수차례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크라이슬러에 A7배터리가 채택된 것은 2013년 5월이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특허출원보다 약 2년 앞선 시점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 발명자는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 관련 재료, 무게, 용량 등 세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선행기술에 대해 논의한 파일·이메일이 삭제됐다가 포렌식을 통해 복원됐다”고 주장했다. 또 LG화학은 일부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994 특허의 발명자는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연구원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의 주장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A7배터리 기술을 가져와 994특허를 등록했다”는 것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2015년 SK이노베이션의 특허출원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당시 경쟁사의 특허출원을 모니터링하고 있었을 텐데 왜 가만히 있었냐는 것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SK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부랴부랴 A7을 유사성 있는 제품이라고 내세우는 궁여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SK가 LG의 기술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인용한 문서들은 특허관련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며 특허 관련 증거인멸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SK의 특허 발명자는 LG에서 SK로 이직한 사람이 맞다”면서도 “그는 2008년에 이직을 했다. LG의 A7배터리셀은 2013년 출시됐고 발명자가 제안한 특허는 2015년에 출원됐다”며 994특허 발명자와 A7배터리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특허소송이 양사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ITC의 판단으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특허소송에 대한 ITC의 예비결정 및 최종결정은 내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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